< 눈을 감아요 >
눈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2012
수원시 선경도서관 사서 손샛별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평소 아무런 고마움도 없이,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것은 아마 어린이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책에는 두 개의 구멍 뚫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그 때마다 새로운 내용과 그림이 펼쳐진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눈’을 통해 ‘본다’라는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반전이 숨어 있다.
볼수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똑같이 일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살아간다는 메시지는 시각장애인에 편견을 가진 어른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작가는 이 책에서 ‘본다’라는 개념의 한계를 신체의 일부분인 눈에 제한하지 않는다.
선인장과 장갑과 토끼털의 촉감, 쿠키의 맛, 꽃과 커피의 향기, 새들의 우는 소리는 오히려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의 패턴은 ‘본다’는 것과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종이 한 장을 넘기는 것만큼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제목이 <눈>인 것 또한 아이들에게 눈으로 보이는 세상만이 전부가 아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역설적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왕자의 말이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또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눈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있기를 소망하여 본다.
폴란드 출신의 작가이지만 한국인의 정서에도 어색하지 않게 색연필로 그린 듯 편안한 색감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될 듯 싶다.
글씨는 많지 않지만 철학적 내용으로 정교한 그림만큼이나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답다. 글씨와 내용이 많아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 작가의 다른 작품 <마음의 집>, <블룸카의 일기>와 비교하면 이 책은 유아를 대상으로 어른이 함께 보아도 충분히 좋을만한 그림책일 것 같다.
아름다운 책 표지에 끌려 펼쳤다가, 마지막장을 넘긴 후 다시 표지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잔잔한 감동을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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