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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익숙하거나 새롭거나

익숙하거나 새롭거나.

 

 

 

떼루떼루 / 박연철 글, 그림. - 시공주니어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유현미

 

 

익숙함은 우리 것에서 오는 편안함이요, 신선함은 구성과 이야기의 파격에서 비롯된 듯 싶다. 작가가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소중한 분들"에게 헌정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의 전통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 작가가 1년여 동안이나 나무를 직접 깍아 만들었다는 목각인형은 우리가 지금껏 보아왔던 탈이나, 전통가옥의 잡상, 토우들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음직한 익숙한 얼굴들이다. 직접 바느질로 만들어낸 의상 소품과 천연염색으로 표현한 오방색에 세월의 더께까지 표현해 사라져 가는 우리 것을 정감있게 살려냈다.

 

공들여 나무를 깍고 바느질을 해서 탄생시킨 입체적인 장면들과 떼루떼루, 정가 정가 정저꿍, 우이여 우이여등 꼭두각시 놀음을 연상시키는 청각적 요소들이 결합해 책장을 넘기는 순간 한바탕 놀이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막이 열리면 산받이(인형과의 대화자)가 등장하여, 일각문 이골목 삼청동 사거리 오방골 육대손 칠삭둥 판푼이 구하다 십년감수한 박첨지 일가와 대화를 주고 받는데, 해학과 익살이 넘치는 입담들로 들을수록 쫄깃하고 재미지다.

 

그게 영감입으로 할 소리요?

그럼 너는 똥구멍으로 말을 하냐?

영감이 똥구멍으로 말한 줄 알았지.

 

그게 말이오? 막걸리오

손자는 못 보았고 손수레는 보았소.

 

이야기의 흥을 돋구는 재담과 의성어, 옛이야기 특유의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가 읽어주는 재미는 물론, 주거니 받거니 역할극을 하기에도 좋다.

 

여기에 더해 어처구니이야기,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등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도발적인 결말이 즐거움을 더한다. 영웅의 등장으로 죽었던 아들 딸을 살려 낸다거나 착한 주인공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뻔한 결말같은 건 없다. 이시미로부터 박첨지를 구해낸 딘둥이조차도 인간본능에 충실할 뿐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교훈이나 권선징악적 가르침이 끼어들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작가가 곳곳에 숨겨놓은 해학과 속내를 들춰 보아도 좋겠지만, 그저 한바탕 웃고 즐거우면 그 뿐!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이야기의 여운을 채 다스리지 못하고 책장을 덮으려는 순간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작가소개가 또 한번 시선을 잡아끈다. 작가는 아이들을 요리하는 커다란 솥을 가지고 작은 문에서 아이들을 꺼낸 다음 솥에 풍덩 집어넣고 국자로 떠올려서 뼈를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다고 한다. 으메 놀래라. 그래도 뭐 이 책을 읽는 아이는 잡아먹지 않는다니, 일찌감치 책을 읽어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는 영리하게도 다음작을 기대하게 하는 한문장을 마지막에 슬쩍 끼워 놓았다.

 

잠들지 않는 거위를 안고 한 소녀가 나를 찾아 왔어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