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전하는 동심
삐삐야 미안해/이주영 글/류충렬그림/고인돌/88쪽/2012
군포시중앙도서관 사서 이시영
이 책의 저자 이주영은 어린이문화연대 대표.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장,계간 <어린이문학> 발행인, 초원봉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 문화운동가라고 불리운다. 그의 저서로는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맨날 내만 갖고 그런다》,《멸치의 꿈》, 《교사는 교사다》,《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어린이에게 좋은 책을》,《꽃이파리가 된 나비》들이 있다. 《멸치의 꿈》은 초등 저학년 권장도서로 많이 추천되고 있다. 책의 내용을 더해주고 아련한 슬픔과 감동을 전해주는 삽화는 《이지누의 집 이야기》,《제암리를 아십니까》,《기찻길 옆 동네》,《종이학》,《해일》, 《고태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마지막 말테우리》,《바람아 너는 알고 있니?》,《 소금꽃이 피어요》들을 그린 유충렬 화가다.
이 책은 저자의 어린시절에 겪은 이야기로 친구 기남이 아버지가 데려온 네 마리의 궁노루 새끼와 파랑새를 키운 추억을 동화로 엮은 것이다.
1.삐삐야 미안해
6월 어느 날, 화전마을 진등에 사는 기남이 아버지가 종다래끼와 망태기에 어미잃은 궁노루 새끼 네 마리를 담아 학교로 가져와 키워달라고 한다. 그래서 관사에서 살던 주영이는 궁노루 새끼 네 마리를 키우게 된다. 아버지가 퍼다주신 전지분유를 끓여서 숟가락으로 떠먹이기도 하고 사과궤짝을 집으로 만들어주고 밤에는 함석판과 돌멩이를 얹어 고양이나 족제비 들이 물어가지 않도록 마음을 쓴다. 이름을 지어주기위해 밤새 궁리를 하던 주영이는 수컷은 삐삐,삐로라 지어주고 암컷은 삐애,삐아라 지어주었다 학교에 가서도 궁노루 생각뿐이었는데 약한 막내 삐애가 먼저 죽어버렸다. 그리고 얼마후 삐루도 배탈이 났는지 설사만 하다가 죽어버렸다. 주영은 자신이 잘 돌보지 못해 삐루가 죽었다고 생각해 많이 울었다. 두어달이 지나자 남은 삐삐와 삐아는 키도 한뼘 넘게 자라고 살도 토실토실 오를 만큼 잘 자랐다.
혼자 지키며 키우기가 힘들었던 주영은 반 아이들에게 당번을 정해 돌봐주기로 하고 놀러다니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2,3학년 아이들이 와서 너무 많이 우유를 먹이는 바람에 탈이 난 삐아가 죽게 되었다.
주영은 아버지에게 된통 혼나고 잘 지키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며 달빛 아래서 눈물 콧물 흘리며 울타리 아래 꽃밭에 삐아를 묻어주었다.
이제 혼자 남은 삐삐를 다시 정성껏 돌본다. 그러던 어느날 장맛비가 내려 춥다고 우는 삐삐를 온기가 남아 있던 아궁이에 넣어 재워주었다. 그런데 이 일이 큰 슬품을 가져다 준다. 태풍이 부는날 추위를 피하던 삐삐가 아궁이 깊은 속까지 기어들어가 굴뚝을 뜯어서 구해 내었는데 그날밤 죽게 된다.
지키지 못한 소중한 생명은 주영의 가슴에 두고 두고 남는다.
2. 파랑새와 새매
주영이는 친구 종현이가 어버지가 주운 태극무늬 파랑새를 가져다 주어 기르게 된다. 보리쌀, 콩, 옥수수를 잘게 부수어 먹이다가 어느 정도 자라자 파리와 잠자리를 잡아다 먹이며 정성껏 기른다. 파리를 잡을때는 너무 세 개 잡으면 으스러져 파랑새가 잘 먹지 않고 살찍 때려서 기절만 시켜야 잘먹는 다는 것을 알아내고 파리를 기절시켜 잡는 도사가 되었다.
어느 날 주영이는 창근이와 경수와 함께 삼방산 새터로 가 소나무 높은 가지에 있는 둥지를 털어 새매 새끼 한 마리를 가져다 학교 창고에서 파랑새와 함께 기르게 된다. 새매를 길들여 꿩사냥도 하고 장끼를 잡아 만두도 해먹고 긴 꽁지 깃털은 모자에 꽂아 멋을 부릴 생각에 들떠서다.
육식동물인 새매는 처음부터 먹이를 잘먹었다. 개구리 뒷다리를 벗기고 칼로 잘게 잘라주면 잘 먹었다. 주영은 이번엔 개구리 잡는 도사가 된 것이다.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 대상이 될 정도로 잘키운 새매를 동네어른들은 똥더퍼리라 하기도 하고 말똥가리라고도 하며 놀리지만 주영은 사전을 찾아 보며 새매라고 확신한다.
여름 방학 때 동네 아이들에게 새매를 맡기고 외할아버지댁에 가서 놀다왔는데 그 사이 배고픈 새매가 파랑새를 잡아먹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주영은 온 주영은 새매를 날려준다. 세월이 지나 중학생이 된 주영은 고향을 떠나 원주로 갔는데 어느날 미군과 카투사 군인이 학교 운동장 위에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빙빙도는 새매 하나마리를 총 쏘아 떨어뜨렸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주영은 그 뒤로 오랫동안 짐승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어린 욕심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게된 아픈 기억을 책으로 엮어낸 작가는 어린시절을 글로 옮기는 것은 다섯가지의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겨레가 살아온 삶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 둘은 다른 시대에 살았던 어린이들 삶을 폭넓게 볼 수 있다는 것, 셋은 글쓰는 사람이 어린시절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 넷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던 동심을 되살려 준다는 것, 다섯은 어른과 어린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힘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읽는 어른의 마음을 고향 어린시절도 돌아가 잊혀졌던 동심을 깨워주고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어린시절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내게 해준다.
이야기 나누듯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살려서 쓴 입말 형식의 기법이 돗보인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잊었던 우리 말 우리 단어들을 친절하게 해설해준다. 종다래끼, 망태기, 아궁이, 봉당, 부뚜막, 방구들, 부지깽이…
초등 중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어른들도 아이때는 이렇게 살아왔구나 하며 동심속 동질감을 느깨게 해줄 것이다.
독서퀴즈대회에 활용해도 좋을만큼 다소 생소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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