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사서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부식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中 >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14일은 호르헤 보르헤스가 향년 87세로 사망한지 27년이 되는 날입니다.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뛰어난 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의 직업은 사서였습니다. 시립도서관 사서로 일하였으나 페론의 좌익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다 사직 당하였습니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사서로 복귀하였고 관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찾아보면 널리 알려진 사람들 가운데 사서였거나 도서관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도교의 시조인 노자는 오늘날로 치면 왕립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주나라 왕실의 수장실에서 일했습니다.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측정한 것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는 당대 최고의 도서관이었던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장이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인 라이프니쯔는 도서관에 근무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학 이론정립에도 큰 업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회원제 도서관을 만들어 근대 공공도서관 탄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도 에딘버러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한바 있습니다. 마오쩌뚱은 젊은 시절 베이징 대학 도서관에서 일한바 있으며, 과거 FBI국장 존 에드거 후버도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는 말년에 친구인 발드슈타인 백작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며 122명과의 연애담을 담은 ‘회상록’을 집필하였다고 합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틈틈이 기회 있으면 사서 선생님들의 사인도 받아놓고 같이 사진도 찍어놓으세요. 혹시 아나요. 우리 동네 공공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언제가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릴 훌륭한 위인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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