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 소리처럼 신기한 그림책
신기한 목탁 소리 / 한승원 글, 김성희 그림. - 보림, 2013.
표지 가운데에는 얼굴 곳곳에 주름이 움푹 파인 노스님이 정성스레 목탁을 닦고 있다. 알록달록하고 환한 표지가 내용을 궁금하게 하는 책, 《신기한 목탁 소리》. 이 책은 그림책의 시적 문학성에 동의하는 시인과 작가들이 그림책 글쓰기에 참여한 보림 시 그림책 시리즈로 출간된 첫 책이다.
한승원 작가는 《원효》, 《다산》, 《아제아제 바라아제》등의 작품을 펴낸 일흔을 넘긴 노작가로 손자들에게 책을 읽어 주다 그림책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김성희 작가는 이번 그림으로 남이섬이 제정한 국제 그림책 일러스트공모전 ‘나미 콩쿠르 2013’의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어느 큰절에 귀가 어두운 늙은 스님이 언제나 묵묵히 목탁을 깎는다. 스님이 만든 목탁이 신통스럽다는 소문이 퍼져서 목탁 주문이 밀려들자 재무 스님은 한 달에 세 개씩 만들라고 재촉한다. 노스님은 빙긋 웃음으로 답하고 한결같이 목탁을 깎는다. 한 작가는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대한 삶의 자세와 지혜에 관해 이야기한다. 소설가라는 직업답게 갖은 미사여구와 아름다운 문장의 화려한 이야기도 가능했지만 정직하고 쉬운 표현으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 이는 손자 같은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다. 아이들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잘 듣지 못하는 노스님이 불쌍하다고 여기지만 여러 가지 주위의 변화에도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노스님의 모습에서 자신도 노스님처럼 한결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절, 노스님, 목탁, 불상 등의 불교적 소재가 아이들에게 낯설 수 있지만, 아이들이기에 종교적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김성희 작가는 노스님이 목탁을 깎는 마음으로 목판을 깎았다. 그림은 목판화가 주는 따뜻함과 네 가지 색이 겹쳐지며 이룬 조화가 밝고 평온하다. 특히 4색의 점들로 표현한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는 재치있고 신비롭다.
주름진 얼굴의 노스님과 해맑은 모습의 동자승은 대조적이지만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목탁을 깎을 때의 스님은 관세음보살의 얼굴은 한다. 동자승이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이 퍼져 나가게 표현하였고 평온한 모습으로 목탁을 깎는 스님은 연꽃밭 위의 부처이다. 개구리들도 목탁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밝고 행복한 모습이 펼쳐진다.
대화 한마디 없지만 쉬운 글과 따뜻한 그림이 만나 작품이 되었다. 창작동화를 읽히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듯이 이 책을 읽고 보며 아이가 부처의 온화함을 느낀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어른 또한 욕심 없고 한결같은 노스님의 모습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된다. 부처를 모르는 어린이도, 같이 읽는 부모도 읽고 나서 기쁘게 덮을 수 있는 책. 다시 한 번 그림을 찬찬히 살피게 되는 책, 목탁소리만큼 신기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군포시 산본도서관 사서 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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