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산 아이
유현미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숨어 산 아이 / 로익 도빌리에 글, 마르크 리자노 그림, 그레그 살세도 채색, 이효숙 옮김. - 도서출판 산하
『숨어 산 아이』는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에게 가해진 홀로 코스트를 그린 작품이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소녀 두니아가 겪어야 했던 극한의 공포와 절망이 세월을 거슬러 독자의 마음을 흔든다.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들은 훗날 두니아가 할머니가 되어 손녀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로 재현된다. 낯설고 무서운 군인들에게 엄마 아빠가 끌려 갔을 때의 두려움과 암담함이 장면 장면마다 절절이 담겨 있다.
‘내가 뭘 잘못 했을까?’
어린 소녀 두니아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유대인을 표시하는 노란별을 달고 학교에 갔더니, 친구들과 교사들의 가혹행위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무리다.
할머니 두니아에게 손녀가 묻는다.
“학교에선 왜 못되게들 굴었죠?”
“자기들이 무얼하는 지 몰랐던 것 같아”
인간은 때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엄청난 짓을 저지르는 어리석고 미욱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목숨을 걸고 이웃을 도운 의로운 사람들도 있었다. 홀로 남겨진 두니아를 돌보아준 이웃 페리카르 부부가 그렇다.
그 일이 있은 지 70년이 지난 2012년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자신의 조국이 저지른 범죄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당시 위험을 무릎 쓰고 많은 유대인의 생명을 구한 의로운 프랑스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또한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적어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알기 위해서 일 것이다.
유대인의 수난사를 대하며 일제 치하 우리의 고통이 자주 오버랩 되곤 했다. 잘못된 과거를 솔직하게 반성하지 못하는 일본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잘못된 과거를 솔직하게 반성하는 것은 함께 마음을 모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함께 책을 읽은 초등생은 “ 우리 나라에도 이런 책이 나와야 한다니까요! 어렵고 재미없으면 아이들이 안 읽잖아요!”
(어린이책 만드시는 여러분~ 쉽고 재미있는 역사책을 열망하는 초등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세요!)
어느덧 약자의 처지에서 강자로 변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유대인들의 모습에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역사의 순환은 결코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예이다. 완성도 높은 역사동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까닭이다. 완성도에 더해 이 책의 다른 미덕은 그래픽 노블, 즉 만화의 장점이 잘 살아 있다는 점이다. 쉽게 잘 읽히고, 글이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그림이 훌륭하게 대체한다. 수용소에서 돌아온 엄마의 그 초췌하고 퀭한 시선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충격을 던진다.
두니아가 차마 아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평생을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사연을 힘겹게 풀어 놓았다. 이제 우리가 화답할 차례다. 마음 아프지만 귀기울여 듣고, 한번쯤은 되새겨 볼 일이다.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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