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아요.
커졌다! / 서현 글, 그림. - 사계절. 2012 “그림책”
『눈물바다』로 친숙한 작가 서현의 두 번째 그림책이다. 그림이나 색감, 상상력이 전작 눈물바다와 비슷하다. 『커졌다!』라는 제목에서부터 ‘키 작은 아이의 이야기인가보다’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을 펼치면 면지에 까치발까지 하고도『커졌다!』라는 책에 손이 닿지 않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나’는 그림자조차 작다. 길쭉한 빵, 기다란 바나나, 오이……, 키 크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음식은 다 먹어보고, 책도 읽고, 몸도 늘려보지만 키가 크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키 작은 아이의 욕망은 오직 키가 크는 것. 키 작은 아이에게 큰 키는 꿈과 같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 아이가 우주선을 타고 별나라 여행을 하듯, ‘나’는 '큰 키'로 여행을 떠난다. 집안 일 하는 엄마에게, 아빠의 회사에, 놀이공원, 마켓, 하늘나라, 저 우주까지…….
이 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극대화 해 준다. 키가 큰 나에게 반응하는 많은 사람들은 커다란 킹콩을 만났을 때의 표정이고, 즐거운 ‘나’와 대립된 겁먹고 놀란 표정이다. 물론 곳곳에 익살스러운 사람들이 숨어있다. 작아진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하나, 하나 읽는 즐거움을 준다. 더불어 기다란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나’의 영향일까? 저마다 비를 맞고, 그 빗물을 마시려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더욱 더 커져간다. 그렇게 커져버린 아이는 마음도 커졌는지, 상상을 끝내는 그 순간도 즐겁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재미있게 논 키 작은 ‘나’는 아빠와 함께 집에 들어오고 온 가족이 즐거운 저녁식사를 한다. 어른의 눈에는 그저 빗속에서 신나게 놀았을 뿐인 이 아이의 하루는 참으로 풍성하다. 그렇게 하루, 하루 즐겁게 지낸다면 책 마지막 면지에 있는 그림처럼 어느 순간 부쩍 커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까치발도 필요 없이 원하는 책장에 손이 닿는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아이 만의 특권, 꿈보다 더 꿈같은 그 상상을 오늘도 맘껏 할 수 있도록 받아주자.
정은영(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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