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딛고 이룬 꿈
세탁소 아저씨의 꿈, 엄혜숙 글, 이광익 그림, 웅진주니어, 2012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가 일하던 다리미를 옆에 두고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노랑, 파랑, 빨강 원색의 경쾌한 배경과 아저씨를 바라보는 원숭이, 새, 코끼리의 동그란 눈동자가 책을 열게 합니다. 즐겁게 다림질 하고 있는 아저씨를 비롯하여 웃는 얼굴들이 책의 전체를 구성하고 있어 보는 사람도 즐거워집니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 할 수는 없습니다. 이책은 「코끼리 사쿠라」, 「둥지상자」 등 동물 이야기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재일 한국인 김황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동물 사육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에는 공립동물원만 있고 사립동물원은 없었습니다. 공립 동물원 사육사는 공무원입니다. 일본에서 외국인은 공무원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살지만 한국 사람이었기 때문에 끝내 사육사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하던 세탁소 일을 하면서 글을 쓰려고 했지만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본에서는 중학교만 졸업하면 세탁사 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주인공은 일본에서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조선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시험을 치를 수 없었습니다. 장관에게 세탁사 자격시험을 칠 수 있게 부탁하는 편지를 써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국적’도 ‘자격’도 필요 없는 작가가 되어 어릴 적 꿈이었던 동물과 사육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차별 심하던 일본에서 어렵게 꿈을 이룬 재일교포의 아픈 삶의 이야기입니다.
동물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면서 동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육사가 꿈이었던 아저씨는 왜 세탁소 아저씨가 되었을까요? 그리고 동네 세탁소 아저씨는 왜 동물에 관한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최근 구글이 지도서비스에서 독도의 한국주소를 지우고, 섬의 명칭도 `리앙쿠르 암초'로 변경하였으며,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여 한일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이 겪은 아픔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와 한일문제를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
한 어린이재단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재단을 통해 지원받는 아동 2,379명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조사 결과 전체대상자 중 11%가 ‘꿈을 찾지 못했다 또는 꿈이 없다’로 조사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에 주인공의 꿈, 작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 작가의 꿈,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꿈이 녹아있다고 합니다. 내 꿈은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이루었을까요? 요즘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요? 꿈을 이루는데 어떠한 문제가 생길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세탁소 아저씨의 꿈」은 그림책이지만 초등 저학년부터 성인까지 우리의 역사와 자신을 돌아보고, 꿈을 이루는 용기에 대해 토론하기 좋은 책입니다.
- 영통도서관 관장 박 정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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