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먹고 자라난 가시를 없앨 거예요!
하남시나룰도서관 김윤진
가시소년 / 권자경 글; 송하완 그림
리틀씨앤톡. 2012년. 10,000원. 6~7세 유아와 부모, 그리고 어른들.
말 한 마디로 인하여 혹은 어떤 행동으로 인하여 내 아이, 또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가? 때로는 그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을 틀 속에 가두어 본 적이 있는가? ‘가시소년’은 그런 상황에 빠져 있는 6~7세 유아와 부모님을 위한 책이다. 어쩌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일지도 모르겠다.
‘가시소년’은 자기 스스로 가시를 세우거나 주변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시를 세우게 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페이지에는 글씨보다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그림을 더 많이 담고 있어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그림을 보면서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표지 그림을 보면 고슴도치처럼 온 몸에 뾰족한 가시를 달고 있는 소년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입에서 가시를 내뿜으면서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소년의 주변 인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가시에 찔릴까 두려운 나머지 피하거나 울고 있다. 그림만으로도 ‘이 아이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소년의 몸에 있는 가시는 상황에 따라서 점점 자라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크게, 아주 많이, 아주 날카롭게 변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시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는 않지만 또한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신을 틀 속에 가두면서까지 외로워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에 기대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자신이 만든 가시 때문에 외로워진 소년의 모습을 담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아이는 가시를 뽑고 활짝 웃고 싶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썩은 이를 뽑듯이 치과에 가서 가시를 뽑아내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내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은 ‘소년은 왜, 언제부터 가시를 달고 다니기 시작했을까?’이다. 그렇지만 책에서는 이 문제의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마도 아이와 부모가 이 문제를 가지고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의도한 장치일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정도로 까마득한 어느 때에 마음속에 떨어진 씨앗이 가까운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를 자양분 삼아 싹을 틔우고 자라난 것일지도 모른다.’였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슨 상처가 있겠어?’ 하고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할 우리 어른들에게 반성을 하게 함과 동시에 내 아이를 조금 더 많이 보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가 가장 클 테니까.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의 모습을 본 아이가 나중에 커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슬플지 이 책을 통해 상상해 보기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마음속에 있는 가시의 크기와 양, 날카로움이 어느 정도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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