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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아이들과 새롭게 老子를 읽는 즐거움

아이들과 새롭게 老子를 읽는 즐거움

 

 

-『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 정현주 글.그림, 학고재, 2012 

 

스스로 자, 그럴 연. 스스로 그러함. 어떻게 되어야만 한다고 정해지지 않은 것.

그걸 자연이라고 해. “

 

중국고대철학자 노자의 사상을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반가운 그림책이 한 권 있다. 천을 짜고 엮고 염색하거나 수를 놓는 공예미술의 하나인 텍스타일 기법으로 <너 나 우리>, <천자문아 나와라>에 그림을 그린 정현주의 작품 <노자 할아버지 같이 놀아요!> 이다.

 

덕과 도를 이야기했다는 노자의 책은 <도덕경>으로도 불리며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어렵다는 고전의 통념을 깨뜨리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노자의 사상을 이미지로 표현한 이 책은 또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그림과 옛이야기를 손녀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할아버지의 대화체, 발췌한 한자본문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이 책은 81장으로 이루어진 <老子>의 이야기 가운데 3장을 발췌하여 소개하고 있다. 가장 좋은 마음은 물을 닮았다고 노래한 8장, 바퀴살의 일화로 비어있음의 유용함을 알려 주는 11장, 모든 생겨난 것들은 언제나 돌아온다는 40장. 각각의 내용은 독립적이기보다는 작가의 그림으로 탄탄하게 이어져 있다. 산, 강, 바다, 꽃 등의 자연과 더불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잊혀진 놀이의 하나인 '풀꽃반지 만들기' 등의 그림은 또한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 거리를 제공한다. 노자에 대한 소개와 발췌한 본문, 한자풀이도 함께 담고 있는 '일러두기'는 이 책을 덮기 전에 한 번 더 내용을 되새김질 시키는 역할을 한다.

 

친구들과 다투지 않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삶. 바로 이것이 노자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의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정성 속에 깃든 진실함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접한 아이들이 커서 <老子>를 다시 펼쳤을 때 어려움보다 반가움을 느낀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아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른들에게 이 책은 노자 읽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양유진(수원 태장마루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