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 김향이, 푸른숲주니어
하남시립도서관 사서 최미화
“또 틀렸니? 어유, 작은놈은 공부를 못 해서 걱정, 큰놈은 몸이 약해서 걱정.”
“엄마, 작은놈은 몸이 튼튼해서 좋고, 큰놈은 공부를 잘해서 좋다 그러는 거야.”
“옳거니!” 하면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화다. 무심결에 내뱉은 엄마의 “걱정이야.” 라는 말에 그럴싸하게 “좋다 그러는 거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엄마는 웃지 않을 수 없겠다.
형과 동생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나열해보자면 여러 권이겠지만 이 그림책처럼 대놓고 “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고 소리치는 아이는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대놓고 나한테도 관심 좀 가져달라고 심통 부리는 동생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김향이 작가이다. 김향이 작가는 워낙에 좋은 어린이책을 집필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이번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언제나 형이 먼저인 엄마에게 잔뜩 심통이 난 민재. 이가 아프다는데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형만 챙기기에 바쁜 엄마가 민재는 너무너무 밉다. 저녁 먹으라고 엄마가 부르는데도 방에서 꼼짝 않는 민재의 머릿속에서는 엄마를 향한 온갖 불평, 불만이 샘솟는다. 뭐든 형이 쓰던 헌것만 물려주고, 자장면 먹고 싶다고 그러면 자장 라면 사다 끓여주고, 형하고 싸우면 동생이 형한테 대들면 안 된다고 먼저 야단치고... 이런 민재가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관심’이었다.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민재를 칭찬하는 한마디를 하자 심통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엄마의 관심 또는 무관심이 아이의 마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은 자녀를 둔 부모가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아! 내가 무심결에 한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고 자녀를 대한다면 부모 탓에 상처받는 아이들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형만 누나만 먼저라고 생각하는 동생에게 이 그림책을 선사하여 엄마와 아빠 마음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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