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서평대상 서지사항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 시모나 치라올로 지음 ;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2016
33p. : 천연색삽화 ; 27cm.
ISBN 9791186621172 : \12000
o 분야
어린이책 (어린이문학)
o 추천대상
유아~초등저학년
o 상황별추천
5월 가정의 달,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좋은 책
김새롬 (남양주시 와부도서관)
노란 옷을 입은 소녀가 백발의 할머니를 꼬옥 껴안고 있는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문득 나의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할머니를 떠올려 본 것입니다. 새삼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할머니께 전화를 해볼까 했으나 ‘언제 내가 할머니께 전화를 해 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수화기를 드는 일부터 어렵고 멋쩍기만 합니다. 그 멋쩍은 마음을 숨겨볼까 하고 책의 첫 장을 슬쩍 넘겨봅니다.
할머니, 주름이 많아 슬퍼요?
어린소녀의 집에는 할머니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소녀의 눈에는 할머니가 슬퍼 보이기도, 걱정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 기쁜 날, 기뻐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는 소녀의 마음도 걱정이 많습니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왜 그런지 묻지요. 할머니는 얼굴에 주름이 많아 그럴 거라고 대답합니다. 가만히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주름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었어요. 할머니는 말씀하시죠. 본인의 주름살 속에는 할머니가 그동안 살아온 삶의 기억이 담겨있다고 말입니다. 소녀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어떻게 주름살에 기억이 담길 수 있을까?’ 하고요. 소녀는 할머니 얼굴에 있는 주름살을 하나씩 짚으며 주름살마다 숨어있는 할머니의 인생을 천천히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습니다.
인생이 담긴 할머니의 주름살
할머니는 소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소녀보다 더 일찍 세상에 나왔고, 소녀보다 더 오랜 세월을 흘려보냈지요. 하지만 소녀는 할머니가 살아온 세월을 알지 못합니다. 소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할머니는 할머니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런 소녀에게 할머니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합니다. 할머니 얼굴에 가득한 주름살마다 할머니의 인생이 들어있다고 말입니다. 할머니의 주름살에는 그녀의 손녀와 같은 어린 시절이 있습니다. 그 더웠던 어느 여름, 친구들과 소풍을 갔던 해변에서 만난 태풍에도 자지러지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말이죠. 할머니 이마의 맨 꼭대기에 있는 주름살에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첫 데이트였죠. 그 때 탔던 청룡열차가 어찌나 무서웠던지 타는 내내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찡그린 탓에 이마에 주름이 생겼습니다. 눈가 옆 자글자글한 주름살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여동생의 웨딩드레스를 손수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 밤낮없이 재봉틀 앞에서 고생하던 할머니의 젊은 시절이 담겨 있지요. 동생을 향한 언니의 사랑이 아주 가득했던 탓에, 할머니 눈가 옆 주름도 여느 주름보다 많고 깊습니다. 할머니 입술 옆 잔주름은 슬픈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남편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남편보다 더 친구처럼, 연인처럼, 엄마처럼 의지했을 그녀의 딸이 어른이 되어 시집을 가던 날, 엄마의 품을 떠나던 딸을 껴안고 펑펑 울었던 그날의 슬픈 기억이 할머니 얼굴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소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할머니! 날 처음 보았을 때도 기억하세요?” 할머니가 생긋 웃으면 생기는 입가 주름에 할머니와 소녀의 첫 만남이 담겨있습니다. 할머니는 소녀를 처음 본 그날 이후부터 소녀를 볼 때마다 미소를 머금습니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언제나 기쁨이고 행복이니까요. 할머니 입가 옆 주름살은 소녀를 보며 웃을 때만 생기는 신기한 주름살입니다. 쉽게 볼 수 없기에 더 소중하고 귀합니다.
할머니 주름살이 좋아요
소녀는 할머니의 주름살을 통해 그녀가 살아온 긴 삶을 공유했습니다. 처음에는 할머니의 주름살이 슬프게만 보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쁨과 슬픔, 행복이 가득했던 삶의 기억이 온전히 주름살로 남아있었기에 할머니의 소중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행복했습니다. 이제 할머니의 얼굴에 생길 또 다른 주름살이 기대됩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테니까요.
이제 소녀는 할머니의 주름살이 좋기만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행복한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아마도 할머니의 얼굴에 또 하나의 행복한 이야기를 품은 주름살이 생겼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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