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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보는 방식’이 아닌 ‘보는 방식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다른 방식으로 보기 / 존 버거 지음, 최민 역 - 열화당, 2012.

190 p. : 삽화 ; 22cm.

9788930104272 03840 : 13,000

o 분야

일반책 (미술비평,에세이)

o 추천대상

청소년, 일반

o 상황별추천

예술 감상, 시선, 관점

 

 

김보라 (화성시시립도서관)

 

 

우리는 무수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산다. 어떤 이미지든 접하고 난 후에는 짧거나 길게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미지들 중 미술이라고 분류되는 것들을 말할 때 특히 필요한 단어들이 많아진다. 이전에 권위있는 학자이자 비평가들이 했던 것처럼, 분류해놓은 갈래들을 따라가며 수식어를 쓰면 쓸 수 록 나도 미술을 제대로 보고 평가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일련의 기준에 빗대어 예술을 말한다는 것, 사실 이것은 예술이라는 현상의 속성과 가장 배치되는 입장이 아닐까. 앞의 예가 고전적인 미술 감상의 행태였다면, 요즈음은 상황이 좀 달라져 자유로운 미술 감상이 대중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아마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의 영향이 클 수도 있겠다.

 

영국의 비평가 존 버거가 쓴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1972BBC TV에서 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4회에 걸쳐 진행했다. 이 책은 그 내용을 토대로 씌어졌다.

 

존 버거는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통해 일관된 감상법을 제시하는 미술 비평에 의문을 던진다. 명화 속 표현기법이나 의미 등을 분석하는데 치중하고, 화가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며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이 과연 감상일까. 결론은 부정적이다. 같은 사람이란 한 명도 없듯이,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완전히 같을 수 없다. 감상은 매우 사적영역에 속하는 행위라, 비평가가 고른 작품을 동일한 방법으로 맹목적으로 의견을 따르는 것은 개인의 능동적 감상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 미술을 보는 다양한 시선에 대한 논의 외에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와 미술 관계, 작품 속 여성의 이미지와 젠더 문제, 또 유화와 광고를 통해 보는 경제원리 등 다양한 보기 방식들로 미술 작품 감상의 장을 넓혀 주고 있다. 책은 모두 7개의 에세이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4개는 글과 이미지, 그리고 나머지 3개는 오로지 이미지로만 구성되어 있다. 흑백으로 된 이미지들이 텍스트와도 같아 보인다.

 

작가는 미술비평가, 사진비평가이자 소설가로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명쾌하고 깊은 관점을 제시했다. 중년시절 프랑스 시골로 옮겨 농부들과 함께 소박한 삶을 살며 주옥같은 책들을 펴냈다. 올 해 20171월에 그가 노환으로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외에 본다는 것의 의미, 사진의 이해,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이미지-시각과 미디어등 비평서와 G,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AX에게같은 소설 속 간결하고 힘있는 문장들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존 버거는 다른 책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에서 그의 사상이 오롯이 묻어나는 구절을 쓴다.

.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이 선을 대신 그어 줄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표준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의 감상을 권하는 이 적극적인 제안은 사십년이 지났지만 신선하다. 자신의 삶을 존중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