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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예전 설 풍경은 어땠을까?

o 서평대상 서지사항

호철이는 설날이 가장 즐거워요 / 이호철 글, 박소정 그림. - 고인돌, 2017.

136p. : 삽화 ; 23cm.

ISBN 978-89-94372-81-5 74810 : 13,000

o 분야

어린이책 (어린이문학)

o 추천대상

초등저학년

o 상황별추천

우리 옛 명절인 설에 대해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임

 

 

 

엄정란 (시흥시 정왕어린이도서관)

 

호철이의 설 이야기는 예전 공동체가 살아 있던 그 때 그 시절, 우리의 살아있는 시골 설 풍경을 바라보고 묘사한 책이다. 그 때는 먹고 사는 것이 참 어려운 시절이어서 모든 것이 풍족한 지금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려운 시절에도 온 집안, 온 마을이 함께 온정을 나누고 마음만은 넉넉했던 그 때 그 모습을 온전히 담아냈다. 더구나 작가의 이름이 이호철이기도 해 마치 저자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그린 것과 같이 느껴졌다.

 우선, 책 표지부터 설에 관한 주제를 잘 표현하여 흥미를 끌었으며 호기심 많은 호철이와 개구쟁이인 마을 아이들이 겪는 설날과 정월대보름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또한 설빔, 설음식, 차례, 세배, 동제, 풍물놀이, 쥐불놀이, 정월 대보름, 오곡밥, 부럼, 귀밝이술, 달집태우기, 윷놀이 등과 같은 세시풍속을 마을 공동체의 전통 문화 속에 아이들의 놀이로 신명나게 묘사해 우리 전통문화를 맛깔스럽게 표현하였다.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채와 정감 있는 그림이 글과 잘 어우러져 있으며 초등학생에게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사투리 말과 전통문화 용어는 각 페이지 하단에 풀이를 해 놓아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설날이 다가오자 호철이는 설빔을 손꼽아 기다린다. 장에 갔다 온 엄마 보따리에 새 옷, 새 신발이 들어 있자 날아갈 듯 신나한다. 엄마는 동생 인철이 설빔까지 사왔는데 그 둘은 서로 자기 것이 좋다고 우기기까지 한다. 흰 고무신과 검정고무신. 그리고 털실로 짠 목티와 골덴 옷이 전부인데도 새 물건에 대한 고마움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마을 집집마다 설음식 준비에 바쁘고 아이들은 설렌다. 호철이와 마을 아이들은 뻥튀기 아저씨 옆에 둘러앉아 뻥튀기를 나눠 먹고 방앗간에서 만드는 가래떡과 부엌 가마솥에서 고는 조청도 얻어먹는다. 도시로 일하러 떠났던 동네 누나들과 형들까지도 선물 보따리를 안고 고향에 내려와 설을 보내는데 가족 간의 정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나 싶다.

 부족함 없이 자라는 요즘의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그 시절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았지만 넉넉하고 따뜻한 정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삶이 중심이 된 사회가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삶이 중심이 된 행복한 마을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각박한 도시물질문명에 시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마음속 훈훈한 기운이 피어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