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서평대상 서지사항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 : 일반 / 함철훈 글. - 교보문고, 2013
269p. ; 21cm.
9788997235971 : 14,000
o 분야
일반도서 (000)
o 추천대상
청소년 및 성인
o 상황별추천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공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이병희 (안성시 보개도서관)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이 항상 거북합니다. 그 상황과 장소가 어떠하든 사진에 찍히기 위해 어색한 포즈와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시간이 마치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쓸데없이 신중한 사진가를 만나기라도 하면, 셔터가 눌러지기까지의 그 긴(?) 시간 동안 내 얼굴과 온몸의 근육이 ‘못살겠네’ 아우성치며 경련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경치 좋은 곳을 가도, 뜻 깊은 이벤트가 있는 날이라도 ‘사진 한 방 찍자!’는 말은 영 달갑지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것과는 별개로, 사진을 감상하는 일은 꽤 즐기는 편입니다. 사진에 조예가 깊기는 커녕, 일반적 상식조차 부족한 제가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사진은 그 특유의 ‘날 것’과 같은 생동감으로 보는 이에게 아주 강렬한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림이나 조각과 같은 예술도 충분히 생동감을 담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피사체에 대한 왜곡을 최소화한 사진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진이 감동을 주는 것은 촬영된 그 순간의 ‘바로 그 장면’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버트 카파의 저 유명한 사진 ‘어느 인민전선 파병사의 죽음(왼쪽 사진)’은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 교묘하고 잔인하게 담겨짐으로 인해 충격과 감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끝없이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요?
찰나의 예술 or 세월과 인고의 예술
섬광과 같은 찰나에 거짓과 꾸밈없이 피사체(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의 진실을 확 움켜쥐는 사진! 그래서 사진을 흔히 ‘찰나의 예술’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진가 함철훈은 그의 저서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을 통해서 어쩌면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 아닌 ‘세월과 인고의 예술’ 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장의 제목이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유명한 시 ‘풀꽃’의 시구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글쓴이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셔터를 누름으로써 피사체를 필름에 담아, 사진을 완성하는 것은 순간일지 모르지만, 피사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서는 천천히, 오래도록 살펴보아야 하고, 가장 적절한 순간을 기다려 기도하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러야 한다’고....
실제로 글쓴이는 비오는 날에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 거대한 산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은 작은 들꽃의 힘 등을 사진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노라고 고백합니다. 이 책의 ‘2장(날마다 새롭고 또 새롭다)’와 ‘3장(작은 힘으로 세상을 흔들다)’는 물론 1장과는 별개의 내용을 다루지만, 큰 틀은 대동소이합니다. 피사체에 대한 주의 깊은 탐구, 수없이 반복되는 노력,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고민 등에 의해 비로소 아름답고 힘있는 사진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이는 비단 ‘사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어떤 예술이 과연 붕어빵 찍어내듯이 순식간에 완성될 수 있을 까요? 아니, 예술에 완성이라는 경지가 가능하기는 할까요?
사진은 또 다른 인문학 수업
이 책의 제목은 ‘사진으로 만나는 인문학’이지만 텍스트에서는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나는 이것이 우연이 아닌 의도에 의한 누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그저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고 겪었던 감정, 경험, 깨침 등을 꽤나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갈 뿐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 깊은 독자라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글쓴이가 바라보는 ‘사진’과 ‘예술’, 나아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이 책을 통하여 여러분들도 작가와 더불어 깊이 고민하고 공부해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역시 ‘인생공부’인 것이고, 그 자체가 ‘인문학 수업’이 되지 않을까요? 전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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