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서평대상 서지사항
천하태평 금금이의 치매엄마 간병기/ 김혜원 글;이영경 그림.-한겨레아이들. 2016.
ISBN 9788984318458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저 ~ 성인
o 상황별추천
이수경 (평택시립장당도서관)
저그 ‘충청 전라 어름에’ 사는 부지런한 쪼글 할매와 ‘놀고 먹고 싸는 것만 으뜸’인 딸래미, 쪼글 할매는 “똥오줌을 잘도 누니 농사꾼의 딸이로다, 똥거름이 풍년이니 올 농사는 풍년일세.” 노래를 불러. 쪼글 할매는 금금이가 공부 잘 한다고, 말 잘 듣는다고 사랑하는 게 아녀. 지극정성 빌어 얻은 아이라 그저 귀한거여. 금금이는 조금 얄미워. 쪼글 할매는 여기 저기, 요기 조기 다니며 부지런히 쓸고 닦는데 금금이는 암 것도 안하고 크지도 않아.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쪼글 할매 병이 났는디,
깜박증이 요란하여 깜박깜박 뒤죽박죽,
쌀 찾다가 바닥 쓸고 바닥 쓸다 텃밭 매고
밭 매다가 말뚝 박고 말뚝 박다 거름 주고
거름 넣고 불을 때서 매운 연기만 뭉클뭉클 피워 올리네.
어쩔거나 쪼글 할매 눈물 콧물 흘리면서,
“밥도 하나 못 허고, 죽을 일만 남었네.”
금금이 이 말 듣고 부스스 일어나며,
“혼자 못 하면 나하고 하지.”
어머, 금금이가 일어나서 밥도 하고, 물도 긷고, 빨래도 해. 점점 병이 깊어가는 쪼글 할매 정신이 ‘들락날락 날락들락’ 하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 ‘놀고 먹고 싸는 것만 으뜸’인 금금이가 어매를 찾아 ‘깔딱고개 넘고, 퐁당샘을 지나’ 강가까지 왔어. 어매를 그리는 마음 때문인가? 워매, 금금이가 ‘텃밭에 푸성귀처럼 쑥쑥이 자라나네.’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나는 존재인가 봐. 우리 금금이, 쪼글 어매 찾아 세상을 방랑하며 어른이 되니 어매 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밥을 지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누군가를 먹이는 일인가 봐. 배고픈 사람을 위해 몸과 마음으로 다해 정성껏 짓는 밥. 배고픈 사람을 위해 짓는 밥이 쪼글 할매를 찾게 해줬어.
‘얼씨구야 절씨구 우리 어매를 찾았네’
“둥둥둥 우리 어매 어화둥둥 우리 어매 오즘 싸서 이쁘고 똥을 싸서 이쁘고,
어매도 나 키울 제 내가 이리 이뻤던가, 똥거름이 풍년이니 올 농사는 풍년일세.“
이제 금금이가 노래를 불러. 금금이는 쪼글 할매를 돌보면서 성장하네. 가족도 마찬가지지만 사회가 쪼글 할매처럼 병든 사람들을 잘 돌봐줬으면 좋겠어. 저 멀리 스웨덴은 갑자기 장애인이 된 사람과 가족을 위해 지역 정부가 집도 고쳐준다고 해. 휄체어를 쓸 수 있게 해준대. 쪼글 할매와 금금이를 위해 우리 사회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 그림책 보고 펑펑 울었어, 사람들이 왜 울었냐고 나를 놀려, 어느 대목에서 울음이 나왔을까? ‘얼뚱아기’가 된 쪼글 할매 ‘놀고 먹고 싸는 것만 으뜸’이지만 금금이는 어매를 위해 노래를 불러. 쓸모에 상관없이 우린 그냥 귀한 존재야. 요즘 경쟁이 치열하고 생존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어. 병든 어매 간병하는 금금이, ‘얼뚱아기’가 된 쪼글 할매, 쓸모에 민감한 나, 독서는 三讀삼독인가봐.
내용을 읽고, 저자를 읽고, 나를 읽어야 한 대. 그림책 보며 쓸모에 집착하는 내 마음을 보게 됐어.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볼까 궁금하네. 읽고 얘기 나눠 봐요.
‘쓸모’라는 잣대로만 세상이 움직인다면 얼마나 쓸쓸할까요? 쪼글 할매와 금금이의 파란만장 천하태평 간병기 우리 함께 보아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사서들의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는 대로 내 얼굴이 바뀐다면 (0) | 2019.12.24 |
---|---|
달님의 산책 (0) | 2019.12.24 |
똑 닮은 쥐랑 햄스터가 다른 동물이라고? (0) | 2019.11.28 |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상 (0) | 2019.11.28 |
무서운 글쓰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0) | 2019.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