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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백수 삼촌을 위한 기도

백수 삼촌을 위한 기도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 박혜선 시, 이고은 그림. - 문학동네. 2016.

ISBN 978-89-546-3941-5

o 분야

동시집

o 추천대상

초등중학년부터 ~

o 상황별추천

삶이 고달픈 초등학생부터 자녀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는 엄마아빠들이 함께 읽으면 재미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의 물꼬가 틀 것이다.

 

 

 

이은주 (남양주시 오남도서관)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책 제목이 재미있다. 아니 웃프다. 1992년 새벗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2회 푸른문학상, 1회 연필시문학상, 15회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박혜선 시인의 새 동시집이다. 24년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줄곧 동시를 놓지 않았던 시인이 [개구리 동네 게시판](2001, 아동문예사), [텔레비전은 무죄](2004, 푸른책들),[위풍당당 박한별](2010, 푸른책들) 이후 네 번째로 펴내는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은 총4부로 나누어 있다. 1손가락의 힘”, 2지하철역에서 귀뚜리 소리를 듣다”, 3“301610279시 뉴스”, 4내가 만든 사전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아이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고 유쾌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그냥 가벼이 웃어넘길 수는 없다. ‘웃프다는 표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박혜선의 동시들은 가족의 일상, 도시 삶의 일상을 주목한다. 색다르고 예외적인 상황을 찾기보다 흔히 경험할 수 있고 주위에서 종종 관찰되는 일들을 택해 이를 꼼꼼하게, 적확한 언어로 그려 냈다. 대상과의 거리 감각과 긴장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평범한 일상 이야기임에도 재미있게 다가오고 생각할 여운을 준다. 4·4조 가사(歌辭) 형식, 국어사전의 말풀이 형식, 방송 뉴스 형식 등을 활용해 형태상의 변화와 함께 내용의 다양화를 보여 준 것도 흥미롭다. - 김이구(아동문학평론가)”

 

- 백수 삼촌을 위한 기도 -

 

구들장 귀신이 붙었다고 잔소리하면서도

밤마다 기도하는 할머니

 

"저놈 아가 내 자식이라가 아이라

심성이 곱고 법 없이도 살 놈입니더

어디든 가기만 하믄

해 안 끼치고 단디 할 낍니더

그라니까네 잘 좀 봐주이소."

 

저렇게 기도를 하는데도

삼촌이 아직 구들장 지고 있는 거 보면

하나님이 할머니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거다.

 

재미있고 유쾌하지만 결코 가벼이 웃어넘길 수 없는 사회의 다양한 단면이 응축된 동시들이며, 지금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내 이야기처럼 내 마음을 알아주는 동시들이다.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의 그림은 세련된 화풍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화가 이고은이 그렸다. 회색조인 화면 곳곳에 따스한 노란색, 주황색을 배치한 그의 그림은 시 속 도시 정경에 조명을 켜듯 서정적 온기를 더한다. 사물 하나하나에 담은 세심한 감정들,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그림의 유머가 시의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특히 표지의 그림은 수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구두를 신은 모습과 노란 새들이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바쁜 도시의 삶을 재미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김용택 시인의 동시들이 시골아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박혜선의 동시들은 도시아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