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이 영 (평택시립장당도서관 사서)
미용실에 간 사자 / 브라타 테켄트럽 지음.- 키즈엠. 2014. 978-89-6749-183-3 74800
그림책 / 유아이상
주인공 사자는 덥수룩한 머리 때문에 모두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모양을 바꾼다면 모두가 사자를 좋아하게 될까? 《미용실에 간 사자》는 누구나 한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이런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사자는 원숭이가 하라는 대로 미용실에 가서 파마머리, 갈래머리, 염색머리 등 계속해서 머리모양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화려하고 재미나게 바뀌는 머리모양에도 불구하고 사자의 표정은 내내 어둡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모두에게 사랑받길 원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욕구이며 지극히 보편적인 심리다.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과하게 민감하고 자신의 정체성까지 흔들릴 정도의 변화를 계속한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변화일까?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라고 당당하게 외치지만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나의 의지대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기에 급급하다. 덥수룩한 머리를 부끄러워하는 사자가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원숭이의 요구대로 이리저리 머리모양을 바꿔보지만 전혀 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지 않은 사자에게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남들과 다른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게 된다. 지저분하고 헝클어진 머리의 사자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어야 또 다른 지저분한 머리의 동물을 똑같이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핵심이다.
《미용실에 간 사자》는 남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를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때문이라고 단정짓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모양을 바꾸는 사자의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한 그림책이다. 어찌보면 단순한, 글자수도 많지 않은, 몇장 안되는 그림책 한 권에 수많은 의미와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구멍 뚫린 사자 얼굴에 다양한 여러 머리 모양을 덧대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져보길 바란다. 어떤 머리가 제일 마음에 드니? 사자는 어떤 머리를 제일 마음에 들어할까? 사자가 진짜 하고싶은 머리는 뭘까? 아이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서 진정한 나를 표현하는 법,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 등을 배워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완벽한 나’를 보여주기위해 급급한 것이 아니라 ‘조금 부족하지만 행복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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