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가?
이은주 (남양주시 오남도서관 사서)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미영이 / 전미화 글·그림.- 문학과지성사. 2015. ISBN 978-89-320-2753-1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중학년 이상
하얀색 표지에 시무룩한 표정의 한 여자아이가 있다. 보는 사람도 시무룩하고 슬퍼진다. 이 아이의 이름은 ‘미영이’.
잠에서 깬 미영이는 화장실에 간 엄마를 기다리지만 엄마는 오지 않는다. 미영이 생일에도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식구들이 많은 집으로 더부살이를 가게 되고, 학교에 가는 또래 아이를 말없이 바라보는 미영이는 혼자 글씨 연습을 하며 글자를 틀리게 쓰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여긴다. 하지만 미영이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나, 주인집의 단란한 모습이 아니라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다. 상심이 더욱더 커 갈 무렵 미영이는 뜻밖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길 잃은 듯한 강아지가 주인집 아들을 따라온 것이다. 주인을 찾아 주려고 해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게 되자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밥을 주고 똥을 치워 주는 일은 미영이 몫이 된다. 미영이는 강아지를 돌봐야 하는 게 귀찮지만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강아지를 살뜰히 돌봐 준다. 이렇게 강아지와 미영이는 마음 둘 곳 없는 집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좋은 친구가 되는데...
『미영이』는 ‘2015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전미화 작가의 그림책이다. 간결한 글과 여백이 많은 흑백 그림은 엄마와 헤어진 미영이의 상실감과 그리움을 이해하고,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혼자 남겨져 방에 우두커니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미영이를 표현할 때는 미영이를 멀리 두어 여백을 통해 아이의 두려움과 쓸쓸함을 표현했고,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 웃지 않는 미영이를 두고 누군가 수군댈 때는 미영이를 클로즈업해서 그 내면의 심리를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책 전체에서 유일하게 채색되어 있는 뒷표지의 분홍색 미영이의 볼과 강아지와 함께 미소 짓고 있는 미영이는 보는이의 마음을 안심시킨다.
첫 페이지에 적혀있는 “어른이 된 미영이에게”로 보아 과거의 이야기인 듯 하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가정이 해체되는 현대 사회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이 땅의 많은 미영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글과 그림이 간결하여 형태로 보면 유아용이나, 내용을 이해하려면 초등 중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며, 더부살이 삶을 이해하는 어르신들에게도 좋은 위로가 될 듯하다.
전미화 작가가 쓰고 그린 『눈썹 올라간 철이』, 『씩씩해요』, 『달려라 오토바이』도 함께 비교하며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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