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딱 걸렸어
송은희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너 딱 걸렸어 / 이상권 글 ; 박영미 그림.- 단비어린이. 2015.
ISBN : 9788963011141
o 분야
창작동화
o 추천대상
초등 고학년(4~6학년)
- 혼자 있을 때는 내가 느려도, 무엇을 떨어뜨려도 비웃는 사람이 없어. -
몸이 불편한 장애인 친구 ‘효진’이와 그 친구의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 ‘다솔’이의 이야기이다. 3학년이 된 다솔이는 교통사고로 몸 반쪽이 마비된 장애인 친구, 효진과 같은 반이 되었다. 학급 친구 중 누군가는 효진의 도우미 친구가 되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누군가 자청하길 기다리는 숨막히는 메신저 톡방. 이를 참지 못한 다솔이는 ‘내가 할게’ 라고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모두들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다솔인 앞으로 닥칠 일이 두렵기만 하다.
마음은 효진을 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가고 밥을 천천히 먹고, 물도 혼자 떠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하는 효진을 챙기느라 다솔인 다른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없고 온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솔이 엄마는 장애인 친구를 챙기는 다솔이가 대견해 교회에서도, 친척들에게도 자랑을 한다. 담임도 다솔을 칭찬하고 주변 에서는 마치 다솔이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인 듯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친구를 도와야 한다고 잔소리하는 엄마와 효진을 도와줘 고맙다는 효진의 엄마, 자신의 딸에게 다솔이가 어떻게 하는 지 관찰하기까지 하는 효진 엄마의 눈빛은 어린 다솔이에게 너무 버겁고 짜증이 난다.
다솔이 입장에서 효진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다솔이가 자신을 챙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인 부리듯 이것저것 시킨다. 눈치가 없는 걸까? 하루는 효진의 긴박한 요청에 효진의 집으로 간 다솔인 반려견이 싼 똥도 치우고 목욕을 시켜주는 효진을 보고 놀란다. ‘야, 너 혼자서도 잘하네. 근데 왜 나랑 있을 때는 안 하는 거야?’ ‘ 나 혼자 있을 때는 누구의 눈치도 안 봐. 내가 느려도, 뭘 떨어뜨려도 비웃는 사람이 없어. 근데 내가 느린 거 보면 사람들마다 병신이라고 중얼거리고, 불쌍하다 그러잖아 다들. 나도 처음엔 이러지 않았어.’ 비로소 다솔인 그동안 느린 효진 때문에 답답해하고 짜증을 냈던 자신을 돌아보며 효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순 없다. 마음의 병이 생긴 다솔인 결국 용기를 내어 ‘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돕지 않을 거야’ 담아두었던 말을 후련하게 내뱉는다.
이 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 가는 지, 진정한 친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지, 심리적 갈등 과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기존에 발간된 책들과 달리 장애인보다 그를 챙겨야 하는 친구 내면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어른들이 기대하는 ‘선함’과 ‘배려’가 때때로 아이한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감정 면에서 공감을 자아낸다.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막상 실천은 피하는 학급 친구들, 착한 다솔이의 마음에 이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솔직하게 묘사함으로써 장애인을 대하는 보통 사람들의 내면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빨리, 내 의지대로 몸과 마음을 통제하며 살 수 있는 행운아,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을 특별하게 대하라는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와 특별하지 않은 배려, 시선’을 요청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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