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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올까요?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올까요?

 

이명옥(서수원지식정보도서관 사서)

 

 

* 호박이 넝쿨째/ 최경숙 글/이지현 그림/비룡소/11,000

 

지식정보책

 

보면 볼수록 정겹고 마음이 푸근해 지는 탐스러운 호박, 씨앗 심기부터 꽃이 피고 열매 맺어 황금색으로 여무는 모습, 서리에 맞아 생을 다하기까지 호박의 한살이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었다. 작가가 실제로 2년 동안 직접 기르면서 날마다 관찰한 것을 토대로 그렸다고 하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다른 야채에 비해 특별한 정성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잘 자라고 우리 식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 호박이다. 요즘은 재배기술의 발달로 제철이 없다고 하지만 이 그림책에서 호박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쇠뜨기, 제비꽃, 민들레, 클로버, 명아주, 쇠비름, 바랭이, 망초, 박주가리, 엉겅퀴, 닭의장풀, 여뀌 등 호박과 함께 하는 주변의 야생초 보는 재미도 쏠쏠하며 이 야생초들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면밀한 관찰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림임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또한 야생초뿐만 아니라 호박과 함께하는 개미, 메뚜기, , 나비, , 나비, 파리, 무당벌레, 잠자리, 개구리 등 곤충과 동물들을 아이들과 함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그림책 보는 재미를 더한다.

호박씨가 발아하여 땅속에 뿌리 내리기, 떡잎 사이로 뚫고 나오는 호박잎,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호박순, 주위의 식물을 감아가며 넝쿨이 잘 벋을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호박손, 피는 모양이 다른 호박의 암꽃과 수꽃, 꽃가루를 묻혀 날라다주는 벌, 호박이 잘 자라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져 나가는 모습, 호박꽃에 모여드는 곤충들의 모습 등 그림책을 보는 내내 호박밭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호박이 성장하는 과정을 의인화하여 친근함을 느끼도록 하고 상황에 맞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은 물론 입말이 즐거운 구수한 단어 사용으로 우리말의 재미를 톡톡 느낄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 잘 모르지만 작은 식물 하나도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해 보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