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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로드킬, 야생동물들이 고통스러워해요

로드킬, 야생동물들이 고통스러워해요.

 

로드킬, 우리 길이 없어졌어요, 김재홍 글그림, 스푼북, 2013,[그림책]

 

 

... 섬뜩한 단어가 어린이 책 제목에 쓰였다. ‘로드킬이라는 글자는 우리 길이 없어졌어요라는 제목보다 훨씬 작은 포인트로 책표지에 쓰여 져 있지만, 어쩐지 보다 더 눈길이 간다. 그렇다, 이 책은 도로 위에서 죽음 당하는 야생 동물을 다룬 작품이다.

 

표지의 개와 너구리의 슬픈 표정과 먹구름 낀 하늘색은 이 동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닮았다. 표지를 넘기자 주인공 강아지의 친구쯤으로 보이는 다른 강아지가 끝없이 펼쳐진 길 위에서 죽어가는 장면이 어둑하게 표현되어 있어 더욱 쓸쓸함을 자아낸다.

 

이 책의 주요 장면은 도로 위이다. 한적한 시골 길이 아닌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 떠돌이 강아지가 길 위에서 친구를 잃고 서성이다가 다리를 저는 너구리 한 마리를 만나, 함께 안전한 너구리의 옛 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이다.

강아지와 너구리는 길을 가다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나 보다. 산등성이 가운데 길게 펼쳐져있는 도로, 그리고 한쪽 풀숲에 우두커니 서있는 강아지와 너구리의 모습은 푸른 자연 속에 조화롭지 못한 삭막함과 갈 길을 잃은 막막함을 보여준다. 큰 도로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속도감 있는 모습과 그 곳에서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횡단하는 강아지와 너구리를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길가 도랑에는 차를 피해 갓길로 걷다가 빠져 위험에 처한 많은 동물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친다. 큰길을 벗어나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끝도 없이, 정처도 없이 걷고 있노라니 길에 널브러진 동물의 주검들도 마주친다. 어둑한 밤 물가로 돌아가기 위해 아스팔트 길 위를 횡단하는 두꺼비 떼도 만난다. 그들의 운명을 알 것만 같아 어서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들은 이내 커다란 불빛 아래 속수무책 당하고 만다. 고생 끝에 도착한 너구리의 옛 집이 보인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이 책은 강아지에게 시련을 준다. 너구리의 옛 동네도 이미 모두 파헤쳐지고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강아지와 너구리의 우여곡절이 읽는 이까지 지치게 만든다. 이 들에게 안락한 휴식은 언제쯤 찾아올까?

이 책의 꽤나 사실적인 그림체는 동화의 엄숙하고 강력한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강아지의 동선에 따라 만나게 되는 고통 받는 동물들의 현실은 읽는 사람도 함께 그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어두운 동화이지만, 초등 고학년의 아이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 속에 파괴되는 자연과 그 안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법을 생각해보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수원시 태장마루도서관 박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