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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한 아이와 나무의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

한 아이와 나무의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

 

 

* 나무친구이야기 / 강경선 글·림, 길벗 어린이, 2012

 

 

수원선경도서관 사서 손샛별

 

 

세상에 모든 나무들은 우리 눈에 휴식을 주는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그렇다면 두 팔 벌려 가득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한아름 나무는 어떨까?

아마도 이런 나무를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어린이는 분명 나무만큼 커다란 꿈을 꿀 것만 같다.

여기 한 아이와 나무의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을 통해 우정, 슬픔, 그리움, 삶의 깨달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대.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부터

주인공인 이 아이는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던 나무를 친구라고 소개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언제나 함께일 것처럼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 같은, 변하지 않는 친구를 만나 아이는 행복하다.

나무와 함께라면 난 모두 찾을 수 있어.”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면 동산에 모여 있는 친구도, 빨래터의 엄마도 한 눈에 훤히 그리고 멀리까지도 내다볼 수 있단다. 아이의 시선을 통해 본 마을은 오밀조밀 모여 있다. 작아진 사람들과 저 멀리 커다란 세상을 마주한 아이는 멀리 보는 만큼 커다란 마음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그 나무를 좋아하고, 나무도 사람을 좋아하는 듯 우리 가족이 장을 보러 갈 때면 멀리까지 배웅도 해준다. 여름이면 나무 아래서 소나기를 피하고, 햇볕 쨍쨍 무더운 날에는 나무 그늘 아래 낮잠도 자고, 가을이 되면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모아 태우는데 그 냄새가 참 좋아, 계절이 바뀌어도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나무와의 헤어짐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빠 친구가 나무를 자르러 오셨단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다가온 이별에 아이는 멍하니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독자의 눈에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장면, 아이의 상실감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내 마음도 아팠다.

흔적만 남아 있는 나무 밑동 위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이는 나무의 마음으로 세상을 감싸 안는다.

바로 다음 장을 넘기면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 아이는 이별의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멋진 마음을 보여준다.

이제 인사하자. 고마웠어. 나무 친구. 잘 가. 내 친구.”

여기서 또 한번 눈물이 핑.

작가는 글의 마지막에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사라진 것들은 함께했던 모습 그대로 마음속에 머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누구나 살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마음속에 간직된 아름다운 기억들은 두고두고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내는 힘이 될 것이다.

도심 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농촌 풍경을 솔직 담백하게 담은 그림들이 참 순수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