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북은 이렇게 만들어 졌다. 1
도서관에는 좀 더 큰 책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일은 도서관에서 수행하는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을 주위에 둘러 앉혀놓고 그림책을 보여주며 읽는 것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독서 지도 방법이다. ‘책’ 자체가 그런 것처럼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어쩌면 그 하나로 완성체에 가깝다. 지난 수 십 년간 세상도 변하고 도서관도 많이 변하였다. 더 이상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목록함을 뒤질 필요가 없으며, 책을 빌리기 위해 대출 기록을 일일이 종이에 옮겨 적을 필요도 없다. 심지어 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전자책을 볼 수 도 있다.
그럼에도 ‘종이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여전히 변치 않고 지속되고 있다. 물론 빔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그림책 보다 수 십 배 큰 화면을 통해 책을 읽어 줄 수 도 있고, 조금만 손재주가 있다면 그림책 캐릭터들이 이리 저리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영상과 장면마다 극적 효과를 더할 수 있는 음향을 만들어 입힐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하여 “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종이 책을 읽어 주는 것”과 엄연한 차이를 갖는다.
가장 큰 차이는 ‘사람’이 직접 아이들과 마주보고 이야기 하며 전달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단순히 책이 담고 있는 그림을 보여주고, 책의 글감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화자의 시선과 입술의 움직임, 얼굴의 표정과 감정의 미묘한 변화, 손가락과 어깨의 작은 움직임 ... 이런 모든 것들이 온전히 전달된다. 아이들은 이렇게 화자를 통해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들을 받아 안고 또 거기에 적절하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응하게 된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 준다고 하더라도 읽을 때마다 모든 조건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싫증내지 않고 좋아 하는 책을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조른다. 책을 읽는 것이 꼭 무슨 효과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MP3 파일로 녹음된 기계 음성을 들려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 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 해외 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
경기도에서 “빅북(Big Book)"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큰 그림책의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라면 빔 프로젝터를 사용하면 될 것 아니냐’,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인터넷으로 배포하면 더 많은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볼 수 있을 것 아니냐’ 하는 주위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굳이 ‘불편한 과정’을 거쳐가며 이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종이책을 읽어주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좀 더 호기심을 갖고 책읽기로 유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해외의 공공도서관이나 학교에서 빅북을 활용하여 책을 읽어주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그림책을 출판사가 직접 별도의 빅북으로 제작하여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여러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기 위한 용도로 발간한 도서는 전무다고도 볼 수 있다. 이에 우선 경기도내에 공공도서관에서 오랜 기간동안 어린이 대상 서비스를 수행해온 사서 선생님 몇 분과 관련 전문가를 모시고 이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어떤 책들을 대상으로 빅북을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때가 작년 9월이었다.
<빅북선정 1차 회의> < 빅북선정 2차 회의>
일단 대상은 6~9세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어린이들 대상으로 범위를 좁혔다. 책은 우선 도서관에서 꾸준히 읽혀지고, 재미있고 읽어 주기 좋은 책을 선정하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꾸준히 읽혀진다는 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호응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건이고, 읽어 주기 좋다는 것은 너무 글감이 많거나, 또 없어도 취지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너무 많이 알려진 책이나 특정 유명 작가의 책은 적당히 조정하기로 하였다. 우선 선정위원들로부터 각각 30권씩 추천을 받고, 다시 그렇게 모인 책들을 경기도내 모든 공공도서관에 전달하여 검토를 부탁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걸러진 책들을 다시 한번 선정위원들이 모여 검토하고 선정하는 절차를 걸쳤다. 지난해 9월달에 시작된 도서 선정 작업은 결국 올해 2월 1일에 마무리 되었으니 선정에만 총 5개월이 걸린 것이다.
빅북선정대상자료
좋은 책을 선정했다고 해서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발간한 출판사, 글을 쓴 저자, 그림 작가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외국 책인 경우에는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난다. 책을 선정하는 것과 별도로 빅북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움이 컸던 것은 출판사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이런 선례가 없다 보니 하나 하나 처음부터 이 사업에 대한 취지와 진행 방식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1차 선정도서들을 발간한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1월 8일 설명회를 가졌다. 실제작비와 약간의 저작권료를 지원하는 수준이다 보니 출판사나 저작자에 큰 금전적 이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저작자들과의 협의나 계약, 금전적 처리, 새로운 판형의 책을 만들기 위한 부대 작업 등 많은 번거로움을 자발적으로 감수해야만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어서 내심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몇몇 출판사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주신 덕에 한 권 한 권 목표 권수를 채워나갈 수 있었다.
<출판사대상 빅북사업설명회 >
그렇게 해서 최종 17개 출판사 43권의 도서가 선정되었다. 애초 계획 보다 3권 늘어난 숫자다. 출판사들과의 큰 틀에서 기본적인 협의가 끝난 이후에도, 도서별 제작비 산출과 제작 방식, 예산 집행, 계약방식들을 출판사 사정에 따라 각기 조정할 수 밖에 없어 사업을 진행하는 담당자의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수확도 있었다. 그간 출판사와 도서관이 모두 책을 다루는 곳이면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부족했는데 서로 관심 분야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출판 시장이 살아나야 좋은 책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좋은 책을 도서관에 갖추어야 사람들이 보다 많이 도서관을 찾게 된다.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출판 시장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선순환 과정을 만들기 위한 계기를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겠다는 또 하나의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경기도 빅북제작 기념 행사] 빅북 읽어주기 행사 “도서관에 간 생쥐작가의 ❍ 일시 및 장소 : 2012. 3. 8 16:00 / 부천동화기차도서관 ❍ 내용 : 빅북을 활용하여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읽어주기 및 독후활동
[경기도 빅북 발간기념] 경기도 도서관 독서진흥 세미나 ❍ 일정 및 장소 : 2013. 3. 14(목) 13:00~17:00 / 안성중앙도서관 다목적홀 ❍ 주제 : 도서관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의 활성화 방안 ❍ 참석대상 : 경기도내 도서관 담당자 및 출판사 관계자 등 200여명 내외 ❍ 내 용 : - 빅북 제작의 의미와 중요성 및 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 책읽는 문화확산을 위한 출판계와 도서관의 역할
[경기도 빅북 제작기념 ] 해님달님 이야기 한마당잔치 개최 ❍ 일정 및 장소 : 2013. 3. 23(토) 16:00 / 고양주엽어린이도서관 어울림터 ❍ 참석인원 : 경기도내 도서관관계자 및 이용자 가족 등 100여명 내외 ❍ 내 용 : 빅 북 도서 전시회 및 홍보 및 빅북을 중심으로 꾸며보는 이야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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