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서평대상 서지사항
또 형거 쓰라고?/ 신채연 글, 김경희 그림
- 좋은 책 어린이 2015. ISBN 978-89-283-1551-2
o 분야
그림동화
o 추천대상
초등저학년
o 상황별추천
서평자 이연수 (수원시 일월도서관)
책 앞표지에 나온 주인공의 모습이 책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큰 자루에 형이 쓰던 물건들을 바리바리 담아 삐죽나온 입으로 땀을 흘리면서 메고 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불만에 가득한 표정이다. 책 뒷 표지의 그림은 또 어떠한가? 회전의자에서 사탕을 입에 물고 삐딱하니 앉아있는 모습 또한 불편한 심경을 보여준다. 이 책 뒷 표지의 그림은 처음 책을 열면 마주하는 그림이다. 이렇게 불만에 찬 주인공 모습을 첫 장에 그린 것은 주인공의 불편한 심경을 무척이나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싶다. 주인공 문호는 왜 그렇게 불만이 많은 걸까?
형 이름은 무호, 동생인 주인공 이름은 문호이다. 형 이름에 들어간 받침 하나, 니은(ㄴ)만 넣으면 형이 쓰던 것을 고스란히 동생은 물려 받아써왔다. 동생이 싫다고 거부할 만한 명분도 없는 건 형은 너무도 물건을 깨끗하게 써서 버리기에는 아까운 상황이다. 특히 엄마는 돈 아깝다는 엄마다운 명분을 들어 옷도, 학용품도, 신발도 형만 새것으로 사주고 동생인 문호에게는 형이 쓰던 것을 그대로 준다. 동생인 문호가 형 이름을 활용하지 않고 본인 이름을 처음 당당하게 쓴 유일한 물건은 할머니가 사 준 책가방이다. 새로운 물건을 갖고 싶다는 호기심은 의도와 다르게 친구 물건을 감추게 되고 사건의 상황을 알게 된 담인 선생님은 물려받은 물건에 대한 가치를 알려 주기 위해 학급 친구들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물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서로 나눠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한 무호 형이 쓰던 오답 노트로 문호는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며 쓰던
물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형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 학교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모든 것이 풍요로워져 아이들이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못 느끼며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건이 귀하고 부족하여 절약이 미덕이던 시대에서는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이 당연하였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풍요로워졌기에 절약에 대한 관념도 많이 변화되었다. 이 책을 첫 번째로 추천하는 이유는 물건의 소중함이 새로운 것, 비싼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두 번째는 부모입장에서 형제를 키우며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형제, 자매는 태어나 처음 만나는 타인이라고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말한다. 오카다 다카시는 또한 형제 자매는 같은 환경에서 함께 자라났기에 서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영원한 경쟁자라고도 한다. 문호 입장에서 보면 새것 좋은 것 칭찬 세상의 모든 것은 형이 다 가지고 있는 반면 동생은 늘 형에게 밀려 물건 물려받는 것은 물론 알게 모르게 비교 당하고 있다 라고 생각한다. 문호의 부모님은 아마도 문호와 무호 모두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문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문호 부모님뿐 아니라 모든 부모들은 물려받는 동생의 마음을 잠시 헤아려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며. 또한 늘 첫째로 태어나 새로운 것만 쓰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형 누나들에게도 동생의 입장을 잠시 바꿔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형제 자매가 있는 가정에서 서로 읽어보고 또 다른 문호와 무호가 되어서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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