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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단상들

영국 총파업과 도서관



    어제 퇴근 후 영국에서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정보의 긴축정책에 항의해 교사와 공무원 등 2백만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뉴스 중에 시위에 참가한 한 어린아이를 인터뷰하는데, 그 아이는 “도서관에 갈 돈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시위에 참가했다는 의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KBS 2 “세계는 지금” 2011.12.7 캡춰화면>


      단지 공공부문의 연금이나 일자리 감축이라는 단편적이고, 직접적인 한 가지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로인한 파장까지 염두 해 둔 인터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파장은 단순한 공무원이나 공공부문의 ‘밥그릇’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 자원의 혜택을 누리는 모든 국민의 일이라는 사고가 수반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게 공공부문 연금지급이 나빠져서 공무원들이 파업을 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밥그릇’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음은 ‘시민을 볼모’ 식의 성토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단순히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만 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공부문은 나라 전체에 영향을 주는, 우리가 함께하는 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일인 것입니다. 학교, 공원, 도서관, 철도, 쓰레기처리 등 우리가 미쳐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그것을 점점 없어지게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공공부문의 파장을 생각하다보니 뉴스에서 본 한 영국인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가난하고 약한 서민들이 위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종사자들도 우리와 삶을 함께하는 서민이라는 인식이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연금 제도가 달라지면 교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좋은 교사를 수급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어느 초등학교의 교장의 인터뷰도 떠 오릅니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파장을 생각한다면 총파업에 나선 그들을 지지하는 영국인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공공부문 종사자들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지해 달라는 요청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공공부문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고 공공도서관에 대해 더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공공도서관은 공공을 위한 공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쉼과 나눔을 제공해 주는 곳입니다. 그러한 공공도서관은 너무도 당연하게 공공의 기금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공공의 기관에서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최대한 이용자에게 가깝게 다다가기 위한 노력으로 민간의 참여를 넓히는 것과 공공이 책임을 갖고 운영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민간이 운영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과 관리, 감독은 공공의 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이런 차원에서 나온 주장일 것입니다. 공공도서관은 공공 모두의 것이라는 점. 그러한 공공도서관은 공공의 기금이 없이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영국 총파업 시위현장에 나온 그 어린이는 이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공공부문을 축소한 다는 것은 공공도서관을 없앤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 동네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서 내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네 도서관이 이런 적극적 지지를 받는 곳이 하루빨리 되기를 기대합니다. 더불어 공공도서관이 더욱 공공도서관스러워지고, 그러한 공공도서관을 누리는 사람들이 더욱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가까운 곳에서 친근하게...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