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자라는 물고기』김혜리 지음, 사계절, 2009
『나무가 자라는 물고기』,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다. 물고기한테서 나무가 자라다니…….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첫 장을 펼치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목판으로 찍어낸 듯한 그림은 거칠면서도, 표정 하나하나가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표현하면서도 한 두가지 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절에 있는‘목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절에 있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평소 무심코 보기만 했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옛날 어느 작은 절에 덕 높은 스님과 그의 제자들이 있었다. 제자들은 스님의 가르침대로 수련을 하지만 그 중 한 사람‘멋대로’만은 제멋대로 행동하였다. 사람들을 괴롭히고 죄 없는 물고기를 죽이는 등의 만행을 일삼아 큰 스님의 꾸짖음을 듣지만, 여전히 깨우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멋대로’는 큰 병을 앓아 죽는다. 그 후 물고기로 다시 태어나지만, 전생의 나쁜 버릇을 못 고치고 여전히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면서 살아 가는데, 어느 날 자신의 몸에서 나무가 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나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아프고 괴로운 가운데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게 되고 우연히 만난 큰스님에게 하소연한다. 그리고‘멋대로’는 큰스님의 정성스런 기도로 자유롭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달라고 한다.
‘멋대로’의 등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목어’라는 것이다. 이 목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을 닦으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우리에게‘권선징악’과 뉘우침을 가르쳐 준다.
우리 주변에는‘멋대로’와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괜히 와서 시비를 걸고 남을 괴롭히면서 즐거워하고 만족을 모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각자 주변의‘멋대로’를 떠올리며 화를 내기도 하고, 뉘우치기도 하며 벌을 받을 때는 통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화의 내용을 어린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큰 무리
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잘못을 저지른 대가가 너무나 크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죽음’이라는 것과 윤회를 통한‘죗값’은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에‘멋대로’의 행동이 죽음과 동등한 최고의 잘못으로 인식될 수가 있다. 또한, 맨 마지막에 나타난‘죽음’(나무가 자라는 물고기의 몸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동화는 불교의 사상을 배경으로 사찰의 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배경지식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어린이들로서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주혜영(양주덕정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택하고 많은 이용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생겼다. “어떤 책이 재미있나요?”, “애가 X학년인데 책을 추천해 주시겠어요?” 처음에는 당황했던 질문이 이제는 내가 사서로서의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책 표지만 보는 사서가 아닌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독자층에 맞는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아직 4년도 안된 미숙한 사서이지만“경기도 사서는 달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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