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고희(70세)축하 선물로 고양이 그림

고희(70)축하 선물로 고양이 그림

 

 

고양이네 미술관, 강효미 글, 강화경 그림, 상상의 집, 2012.

 

수원시 영통도서관 관장 박정순

   

문화란 한 사회의 개인이나 인간 집단이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백과사전에 정의되어 있으며, 그 산물 중 하나인 그림에는 조상들의 눈길과 그들의 어진 마음과 삶의 터전이었던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에게도 세밀하게 터럭 하나까지 나타내면서 육중하고 용맹한 지구상에 가장 아름다운 호랑이,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상, 주변의 식물과 동물들, 우리의 산하를 그리면서 그들의 정신을 함께 남겨놓은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서양의 명화 제목은 몇 가지 댈 수 있어도 우리나라 그림의 제목이나 작가들은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고양이네 미술관은 우리 그림과 가깝게 해주며, 우리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게 하고, 우리 문화에 자긍심을 갖게 한다.

 

김홍도의 <황묘농접도>에는 칠십 노인을 뜻하는 주황빛 새끼고양이와 팔십 노인을 뜻하는 검정빛 제비나비, 장수를 뜻하는 이끼 낀 돌맹이, 청춘을 뜻하며 여름에 피는 주홍색 패랭이꽃과 만사여의를 상징하는 봄에 피는 보라색 제비꽃이 한 화면에 그려진 그림으로 전체 그림을 합쳐 읽으면 생신을 맞은 어르신께서는 부디 칠십, 팔십 오래도록 청춘인 양 건강을 누리시고 또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는 축원을 하는 선물로 그린 그림이다.

 

고양이네 미술관은 이 <황묘농접도>속 고양이와 나비가 그림을 그린 당시의 우리나라의 산천을 돌아다니며 옛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와 함께 사계절의 풍속 그림들을 감상하게 한다. 노란 줄무늬의 아기고양이 동작과 표정이 어린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 주면서 조상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으며, 중간에 삽입된 그림이나 뒤에 수록된 명화 읽기로 작가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에서 빠진 그림 이야기 그리고 당시의 풍속을 좀더 확장할 수 있게 하여 고학년들도 활용할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이 남긴 옛 그림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유도한다. 오래 바라보거나 찬찬히 들여다보는 사이에 그 속에 담긴 친근하고 진솔하면서도 해학이 담긴 우리 조상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책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