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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벌레가 기절했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벌레가 기절했다 / 최수진. - 사계절. 2015. ISBN9788958288299

o 분야

동시

o 추천대상

초등저

o 상황별추천

자유기술

 

 

 

 

박지원(안성시립 공도도서관)

 

 

 

벌레가 기절했다는 제목의 이 책은 창의적인 생각들이 듬뿍 담긴 동시집이다. 책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쉽게 나오지 않을 법한 창의적인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벌레가 기절했다' 의 제목도 책 내용 중 많은 시집 중에 한 가지 시의 제목이지만 '벌레가 기절했다'를 제외하고도 재밌는 시제목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귀신과 악수하기' 라는 제목, '방귀 가족'이라는 무슨 내용인지 상상도 가지 않는 흥미로운 제목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제목만 재미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반만 먹었다'라는 제목의 시에서는 산 빵을 할머니는 이가 반만 있으니 반만 먹고 반은 할머니를 드리려 했다는 이야기라던가, '엄마 베개' 라는 하품을 하다가 엄마의 베개 모퉁이를 조금 먹어버리고 말았다는 귀여운 얘기도 있다. 또 흥미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김은 밤의 조각이라 김을 기워서 밤을 만들 거라는 ''이라는 제목의 시,

개미의 시점에서 낙엽을 피해 사람의 발을 피해 꽃잎을 피해 과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개미의 일기'라는 시까지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신기하고 독특한 시들도 많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썼을 법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이 시집은 여러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총 4부로 각각 한 부당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골라 부제목으로 해두고 다음 부로 넘어갈 때는 제목에 걸맞는 귀여운 그림들을 넣어 눈길을 끌 수 있는 것 같다.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시들 중 하나는 '햇빛 가득 담긴 운동장에서' 라는 시인데, 뚱뚱한 유진이는 그림자가 무거워 그림자를 낑낑 끌고 간다는 내용에서는 그림자는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변하는 것인데 끌고 간다는 내용이 재미있었고, 커다란 학교는 그림자가 무거워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문장에서는 학교는 원래 가만히 있는 것인데 그림자가 무거워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새로운 생각일 것같고, 정민이와 준호는 그림자끼리도 친해서 꽁꽁꽁꽁 붙어간다는 문장에서는 아이들이 붙어있어 그림자끼리도 붙어있는 것일텐데 그림자끼리 친하다는 생각이 귀여웠다. 또 다른 시로는 '저울'이라는 제목에 동생이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큰 것을 먹기 위해 양손으로 저울질을 한다는 내용인데 이 시를 읽으면서 동생이 양손에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들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되었고 아무생각없이 봤던 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을 이렇게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보면서 시의 소재로 쓸수있다는 점이 참 창의적인 것 같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을 상상이 잘 가지 않았던 시의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보는데도 눈이 더 즐거워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 뒷표지에 있는 이 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있는 시를 삽입해 놓은 것도 시의 내용을 짐작하는 것에 도움이 되며 시를 잘 고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은 보며 자신과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공감을 느낄 법한 창의적이고 천진한 아이들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일상에서 매일 똑같은 것들을 보다가 이 책을 보고 나서 내 주위에 있는 물건들로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이 담겨있다고 느낄법한 어른들이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매일같이 보는 물건들로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생각들을 했는지가 신기하였고 재미있었으므로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