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우리 모두가 꽃이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거리에 핀 꽃/ 존 아노 로슨 기획,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국민서관 / 2015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o 상황별추천

 

 

서평자 홍미정

 

 

책장을 넘기면, 마치 소리 없는 흑백영화가 돌아가는 것처럼 장면 장면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빨간 망토를 입은 어린 소녀로, 회색빛 도시에서 이 소녀만이 포인트가 되고 있다.

어두운 무대 위에 소녀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소녀는 거리에서 퇴근길 아빠를 만난 듯하다.

소녀는 아빠의 손을 잡고 걸으며 연신 거리의 풍경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는 콘크리트 더미 위에 솟아오른 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상점 진열장의 물건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사자상을 보고 흠칫 놀라기도 한다.

아빠는 누군가와의 전화통화에 여념이 없지만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 풍경에 빠져있다.

 

사실 이 책은 글이 없다.

글자 하나 없지만, 여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책 속 풍경에 동화됨을 경험할 수 있다. 마치 담백하고 서정적인 단편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것처럼 읽는 흐름이 매우 매끄럽다. 이 책이 가지는 마력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흑백장면이 컬러로 바뀌어간다. 그 장면을 찾아보고, 모노톤의 컬러에서 화사한 색감의 컬러로 바뀐 이유에 대해 사색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유의미하겠다. 소녀를 비롯한 인물들의 표정 관찰도 놓치지 말자. 소소한 재미를 더해준다. 한 가지 더 제안하자면, 각각의 컷에 말풍선을 적어 넣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아도 좋을 일이다.

 

기획자인 시인의 감수성에, 어린이 그림책 전문가의 섬세한 그림이 더해져 따듯하고도 감성어린 그림책이 탄생하였다. “우리 모두가 꽃이에요하고 상냥하게 외쳐대는 작은 소녀를 지금 바로 만나러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