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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세상일 공짜는 없더라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세상일 공짜는 없더라 / 윤기현. - 현북스. 2015. 9791157410125

o 분야

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고

 

 

박지원 (안성시립공도도서관)

 

 

우리는 요령껏 살아가고 싶어한다. 최대한 힘들이지 않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적잖은 감동을 준다.

여기, 강직하고 정직하게 삶을 일구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총 아홉 편의 이야기로, 첫 번째 이야기는 자신을 무식하다고 생각하며 배운 사람들의 말에만 의지해서 살았던 농부가 스스로 농사지어 성공하는 이야기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배운 사람들에게 비굴하게 굽실대는 남편에게 한 마디 하며 택호에 길들여진 순한 시골 아낙네가 아닌 스스로 선택해서 사는 여성 농민으로서의 해남댁의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는 한 평생 농사만 지으며 아이들을 키웠지만 결국 그들에게 버림받은 것만 같은 광산 양반 할아버지의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는 편하게 머슴살이한 강씨 성 가진 사람과 고생스럽게 머슴살이한 우직한 고씨 성 가진 사람의 이야기.

다섯 번째 이야기는 제복 입은 사람들의 횡포에 맞서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여섯 번째 이야기는 이웃을 위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는 산이 아버지의 이야기.

일곱 번째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향취를 불러일으키는 아이들의 비석치기 놀이 이야기.

여덟 번째는 괴짜로 소문났지만 사실, 농악의 대가로서 무형 문화재인 도깨비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아홉 번째 이야기는 억울하게 죽은 재동 양반 집의 씻김 굿을 해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도 있고,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중 가장 인상 깊게 봤던 건 세 번째 이야기이다. 세 번째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부모들이 한 평생을 바쳐 자식들을 먹여주고 재워주지만, 부모들은 막상 버림받는. 물론 세 번째 이야기 안에서는 광산 양반 할아버지가 직접 버림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열심히 일군 작물인 고구마를 보냈는데 받아가질 않아 할아버지가 직접 다시 가져왔을 뿐 아니라 어찌나 오래 되었는지 고구마는 썩어있었다.

이것이 할아버지가 버림받은 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할아버지가 힘들게 일군 고구마가 썩은 만큼 할아버지의 마음도 같이 썩어 문드러져 갈 것이다. 이건 간접적으로 할아버지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썩은 고구마만 떠올리면 눈물이 쏟아지려고 하는 것을 참느라 에이참! 에이참! 망할 놈의 새끼!”를 연발하며 겨울 들판에서 옷소매로 눈두덩을 훔치는 장면은 정말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이런 광산 양반 할아버지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여 어르신들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가 많았는데, 현재는 점점 그럼 문화가 사라지고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데 반해 자식들은 그 고마움을 모른 채 받기만 하고 산다. 이 이야기는 그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다루기도 하고 첫 번째 이야기같이 교훈을 주는 글을 통해 독자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그런 이야기 속에 속속들이 들어가 있는 그림들은 옛 정취를 더 살리게끔 그려져 있다. 아무래도 옛 것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보니 그림들 또한 간결하고 옛날 것같이 그려져 있다. 그런 점이 읽는 내내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읽기에는 아무래도 약간 어려운 단어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살짝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옛 것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교훈을 얻어갔으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