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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곰기척도 없이 다가와 품위있는 삶을 말하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드림 하우스/유은실 지음;서영아 그림.-문지아이들(2016)

ISBN 9788932028934

o 분야

동화

o 추천대상

초등 고 ~ 성인

o 상황별추천(자아찾기)

일수의 탄생/유은실 지음;서현 그림.-창비(2013)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사서)

 

 

2013년 유은실은일수의 탄생을 통해 자아를 찾아 떠나는 보통 사람 일수를 보여주었다. 2016년 그의 동화드림 하우스는 친구와 자아를 찾아 떠난 일수가 겪은 세상처럼 보인다. 가훈을 대필하며 소소한 삶을 누리던 일수가 문을 열고 본 세상 풍경은 어떠한가.

 

생존불안을 드러내는 삼포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주택구입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가 등장했다.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이 시대 미디어는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 키우는 리얼리티 쇼를 방영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리얼리티 쇼가 있다. 단란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과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이들의 누추한 일상과 슬픔을 공개해야만도움을 제공하는 리얼리티 쇼.

 

조손가정 사춘기 암곰 보람네도 천정이 내려앉은 곰팡내 나는 집을 수리하고 남동생, 할머니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누추한 일상을 공개한다. 자의식 충만한 보람은 많이 가난하면 많이 불편하다. 나는 많이 불편할 때,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람은 품위있는 삶을 꿈꾼다. 보람의 품위는 남이 먹는 걸 보고 침이나 흘리지 않고 텔레비전 소리 없는 고요한 공간 속에 있을 자유다. 가난한 보람네 가족이 품위 있는 삶을 누리는 세상은 가능한가? 가난한 주제에 품위를 꿈꾸는 보람을 뜬금없다 여기지는 않는지.

 

드림 하우스가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다. ‘내성적인보람을 이해하는 가족은 놀랍게도 리얼리티 쇼에 빠져 사는 증조할머니다. TV에 빠져 살면서도 흔치 않는 통찰력(28)을 내보이는 증조할머니는 “......우리 보람은 품위가 중요해. 나는 별로 안 중요하고.” 증조할머니는 리얼리티 쇼가 바라는 대로 똥싼 얘기까지 꺼내며 눈물을 흘린다. 보람조차 증조할머니의 눈물이 연기인지 진심인지 혼란스럽다. ‘텔레비전 많이 봐서 방송을 좀 아는증조할머니. 보람도 텔레비전이 우주인 증조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강상중은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인간이 종교에서 분리되면서 자유로운 개인이 탄생하였고 근대 이후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자아와 관련된 것들을 일일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고 한다. 보람은 품위 있는 삶을 생각하며 좌절을 다루는 법을 알아가는 중이다.

 

드림 하우스가난에 대한 우리의 시선에 문제 제기한다. 부지런한 할머니의 노동으로 하루를 버티는 가족들. 보람이 함께 벌어도 가난하지 않으려면 “.... 먹여 살릴 가족이 많지 않고, 가족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아야 한다. 보람네는 피부병과 디스크가 있는 가족들이 줄줄이 있다. GMO식품, 의료 민영화 등이 우리의 현실이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감당하기 벅찬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존엄하게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진은영 시인의 사회적 치유란 정확히 민주주의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타인에게 마음을 쓰고 자기의 마음을 건네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면 진주씨와 골짜기 아줌마는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품위 있는 삶을 꿈꾸는 보람을 이해하는 골짜기 아줌마, 보람네를 통해 시청률 노예에서 벗어나 주거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한 발을 내디딘 진주씨. 사회 시스템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주씨처럼 누군가 한 발 내디딜 때 가능하다. 목둘레가 늘어진 티셔츠에 떡 진 털을 가진 진주씨를 응원한다.

 

드림 하우스는 한번 펼치면 놓을 수가 없다. 철부지 가족들의 독특한 개성과 이기에 가능한 재미가 있다. 보람과 할머니의 피곤한 일상에 울컥하다가도 곰기척, 곰력 회사, 발사래, 별둘전자 등의 재치에 웃음이 새어나온다. 유은실은드림 하우스를 통해 우리 사회 문제를 드러내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꿈꿀 수는 없는지 묻는다.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인류학자 엄기호는 공부의 목적이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향유하는 분별의 힘을 갖는데 있다고 하였다. 보람이 꿈꾸는 품위 있는 삶은 혼자만의 고요한 공간이다. 혼자만의 공간을 갖게 된 보람은 책을 읽는다.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그리고 보람은 행복하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소설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에서 음악이 없으면 꿈이 생길 수 없고, 꿈이 없다면 동화가 생길 수 없으며, 동화가 없으면 용기가 생길 수 없고, 용기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고 썼다. 아이와 어른들이드림 하우스를 함께 읽으며 슬픔을 감당하고 다른 삶을 꿈꾸는 용기를 품기를 바란다. 더 많은 이들이 품위 있는 삶을 꿈꾸고, 존엄한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 나누는 좋은 매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