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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생명, 그 끝없는 전진이 주는 숭고한 감동

생명, 그 끝없는 전진이 주는 숭고한 감동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두꺼비가 간다 / 박종채. - 상상의 힘. 2016.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유아부터

 

 

 

유현미 (평택시립도서관)

 

 

첫 장을 펼치면 화면 가득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겹겹의 산 그림이 펼쳐 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과 들의 풍경은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성큼 가까워진 산 아래로 나무와 들판이 정겹다. 작가가 어린 시절의 우리 동네에 와 본게 아닐까? 싶을 만큼 풍경이 낯익다. 책 장을 넘길 때마다 카메라가 점점 줌업(zoom ­ up)되면서 멀리 보이던 풍경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 온다. 어느 새 화면 가득 풀 숲이 펼쳐진다. 순간 풀잎사귀들의 고요한 긴장감을 헤치고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올 듯한 기대감이 인다.

 

!

봄비 내리는 아침

두꺼비 한 마리 끔벅끔벅 눈을 뜬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북소리의 장단에 맞춰 두꺼비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평면의 그림책이 북소리를 신호로 깨어나 한편의 다큐영화로 변한다. 북의 장단과 어우러진 두꺼비들의 움직임이 절묘하다.

 

두둥

꾸무럭 꾸무럭 일어나

두두둥

엉금엉금 산을 내려가

 

둥둥덩덩 둥둥덩덩

우글우글 무리지어 두꺼비가 간다

 

두둥 두둥 덩덩덩

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

가시에 찔려도 앞으로 앞으로

고랑에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두두둥 두두둥 덩덩덩

덩더덩 둥둥둥

철거덕 철거덕 철조망을 넘어

자동차가 달려와도 앞으로 앞으로

 

더덩 더덩 두둥 두둥

찻길을 건너 저벅저벅

둑방에 미끄러져도 다시 일어나

 

둥둥둥둥둥 둥둥둥둥둥

풀썩풀썩 갈대숲 헤치고

 

더러러러럭 더러러러럭

물속으로 첨벙첨벙 두꺼비가 뛰어 든다

 

두꺼비는 그렇게 엄마 아빠가 된다.

 

숙명과도 같이 길고 험난한 여정의 끝에서 마주한 잉태의 순간은 마치 광활한 우주공간의 별을 연상시킨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우주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책장을 다 넘기도록 북소리 외에는 말 한마디 없던 작가가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림이 품은 이야기를 한 편의 시로 들려 준다. 작가의 나레이션과 함께 서서히 막이 내리는가 싶더니 마지막 장의 에필로그가 의미심장하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두꺼비들이 작은 근육을 불끈 세우고 어딘가를 향해 일제히 나아가는 장면이다.

 

이 책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말 때문인지 두꺼비의 행진 위로 아이들의 걸음이 겹쳐 보인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지고 우주는 자신의 질서대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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