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모르는 아이

모르는 아이

 

 

 

º 서평대상 서지사항

모르는 아이 / 장성자 지음;김진화 그림 - 문학과지성사. 2015. ISBN 9788932027555

º 분야

동화책

º추천대상

초등 고학년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책을 선택하는 것도 인연이 있는 걸까요? 장성자의 모르는 아이는 제목이 유난히 마음을 잡아끌었습니다. 모르는 아이, 누가 모르는 걸까? 아니 누군가는 아는 걸까? 책을 펼쳐 몇 장을 읽어가며 순간 책을 놓고 싶었습니다. 연화와 민구 앞에 놓인 상황이 절망적으로 느껴져 그 아픔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밥을 구하러 나간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이 죽어가는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열세 살 연화는 동생과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마을 어른들마저도 이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없습니다. 동생과 살아남기 위해 연화는 있는 힘을 다해 눈치를 보고 뛰고 달리고 훔쳐야 합니다. 남매를 돌봐주고 있는 아버지의 친구, 어른에게도 연화는 순간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동생을 보살피고 살아남기 위해 연화는 바다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태어난 곳과 이름을 버려야하고 혹시 산으로 갔을지 모르는 오빠를 모른 척 해야 살 수 있습니다. 연화와 동갑인 순열이는 물질을 해서 오빠와 동생을 먹여 살립니다. 어린 아이들의 어깨에 놓인 짐이 무척이나 무겁습니다. 마을 어른들도 편치 않습니다. 옆 마을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누가 내 목숨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비위를 맞추고, 살기 위해 다른 이들을 좀 더 모질게 대할 뿐입니다. 위기가 턱까지 차오르는 현실에서 연화는 나는 쫓겨나는데 그 사람들은 잘 살 것 같았다. 내 행복을 뺏어 간 것처럼 성천리 사람들이 미워졌다.’ 연화가 미움을 배웁니다. 원망이 가득 찹니다. 그러나 끝까지 미워할 순 없습니다. 바다 마을 사람들은 물질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성천리 사람들은 장에서 사탕 하나 쥐어주고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고 함께 걱정하던 이웃입니다. 열세 살 연화는 깨닫습니다.

 

,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한라산의 너른 품은 바다와 하나라는 것을. 아무리 사람들이 갈라놓으려 해도 갈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살아서 민구와 오빠를 찾아야하기에 연화는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마을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모르는 아이가 되었기에 연화는 돌아오는 그날, 나는 물옷을 입고 푸른 바다 깊숙이 자맥질 할 것이라 다짐합니다. 연화가 끝내지 않았기에 제주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주 말이 나오지만 힘 있게 끌어가는 이야기에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합니다. 김진화의 꼴라주 그림은 글을 한층 깊이 있게 느끼도록 합니다. 바람 많은 제주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당시의 제주도, 연화의 사투, 순열이의 선택, 끝내 갈라지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애잔함과 슬픔이 글 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오롯이 전달됩니다. 모르는 아이는 제주 4.3사건을 열세 살 연화의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77개월 동안 민간인 14,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념 논쟁을 떠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땅히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많은 죽음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죽음들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