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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혼자인 그림자는 없어

혼자인 그림자는 없어

 

 

º 서평대상 서지사항

 외로운 그림자 / 클레이 라이스 글·그림, 이상희 옮김. - 같이보는책, 2015. 9791186253083

º 분야

 그림책

º 추천대상

 유아 이상

 

 

 

이 영 (평택시 장당도서관 사서)

 

 

 “너무 외로워.”

 우두커니 서 있던 작은 그림자 하나가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매기 시작합니다. 자기에게도 짝이 분명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짝이 누구인지 몰라 이곳저곳을 맴돕니다. 쉬지 않고 걷던 작은 그림자는 문, 의자, 노인 등 새로운 존재들을 만날 때마다 생각합니다. ‘나는 문일까? 나는 의자일까?’ 계속해서 고민하던 작은 그림자는 나무에 기대어 몹시 슬퍼합니다. 그때 지혜로운 올빼미가 나타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라고 얘기합니다. 작은 그림자는 올빼미의 말대로 달리고 또 달려서 운동장에 다다릅니다. 날이 저물어 가는데 많은 아이들이 자기 그림자와 함께 행복하게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치에 혼자 앉아있는 작은 아이가 보였습니다. 작은 아이는 슬퍼보였습니다. 시무룩한 작은 아이에게 작은 그림자가 말합니다.

 “함께 놀자.”

 과연 이 작은 아이작은 그림자의 진짜 짝일까요? <외로운 그림자>는 몇 안 되는 실루엣 아트 작가 클레이 라이스가 가위와 종이로 섬세하게 만들어낸 그림자 예술작품이자 신비로운 그림책입니다. 눈코입이 보이지 않는 아이의 그림자를 보면서 어린이들은 자기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며 실루엣 아트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그림자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의자, 사슴, 오리, 뱀 등을 흉내 낼 때 독자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묘한 자유로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림자는 누구든, 뭐든 될 수 있으니까요.

 삶 속에서 누구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겉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마음 속 안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습니다. 아마 어느 새 작은 그림자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림자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아가듯, 우리의 인생 자체가 내 영혼의 짝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일 테니까요. 작은 그림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 노래를 부릅니다. ‘나에겐 네가 없고 너에겐 내가 없어. 너와 나 우리에겐 우리가 없어, 하지만 내가 널 찾을 수 있다면, 네가 날 찾을 수 있다면 우린 늘 행복할거야.’ 이 노래를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진짜 짝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행이 끝난 후 그림자가 부르는 노래 속에 답이 있습니다. ‘나에겐 네가 있고 너에겐 내가 있어. 우린 언제나 함께 있을 거야.’ 단순한 이 노래가 읽는 이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줍니다. 누군가는 이미 영혼의 짝을 만났고 누군가는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외로움이란 그 짝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 피어나는 감정조각 하나일 뿐이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작은 그림자처럼 용기를 내어 보세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내 손길을 기다리는 작은 아이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 책은 외로움과 갈망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이 다루기엔 다소 무거운 주제일지 모르지만 문빔 어린이책 상 금메달, IPPY 올해의 어린이책 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습니다. 그 만큼 많은 이들이 작은 그림자의 외로움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와 더불어 그림자아트 자체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오롯이 느껴보기를 바랍니다. 눈코입도 없는 그림자에 생명을 불어넣어 읽는 이의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외톨이 그림자를 따라 여행을 하면서 그림자의 외로움에 공감하던 독자들이 그림자와 꼭 닮은 작은 아이를 만나는 순간, 함께 놀자며 손을 건네는 순간! 진짜 친구를 만난 듯한 기쁨을 꼭 느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