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이런 삶 어떠세요?

이런 삶 어떠세요?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 이수연 지음. - 리젬 그림책. 2015. 979-11-85298-67-1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유아 및 초등 저학년

 

김정옥 (평택시 지산초록도서관 사서)

 

느릿느릿 가구를 파는 곰아저씨는 늘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가구들은 다 다르다. 이 그림책에서 멧돼지 아줌마는 골동품으로 가득찬 방에 새로 산 그릇을 진열할 장식장을 주문한다. 아이와 단 둘이 사는 펭귄 아저씨는 커다란 책상을 주문하고는 하루 종일 소설을 쓰면서 아이와 함께 책 읽는 것도 잊어버린다. 열린 문 너머로 글을 쓰는 펭귄 아저씨와 혼자 저녁을 먹는 아이의 모습이 대비된다. 아코디언을 앉아서 연주할 좋은 소파를 주문했지만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큰 소파에 무기력한 눈빛으로 TV 리모컨을 쥐고 있는 캥거루 아저씨 모습은 참 쓸쓸해 보인다. 온갖 상장과 트로피로 방을 장식하고 몇십 벌의 양복을 보관할 옷장을 주문한 사자 할아버지가 바라보는 것은 가족사진이다. 끝없이 채우고 채우지만 예전보다 더 쓸쓸해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어느 날 남들이 필요로 하는 가구를 열심히 팔아 회사에서 우수 사원으로 뽑혀 상을 받게 된 곰아저씨는 자신이 원하던 순간이 왔는데도 이상하게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쓸쓸해진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필요한 가구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그리고 곰아저씨는 커다란 식탁을 만들어 그 사람들을 초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멧돼지 아줌마, 펭귄 아저씨와 아이, 캥거루 아저씨, 사자 할아버지는 곰아저씨가 만든 큰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음식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온 멧돼지 아줌마의 음식과 캥거루 아저씨의 아코디언 연주, 양복을 입은 사자 아저씨와 다정한 눈빛을 나누는 아이 펭귄-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의 표정은 밝고 분위기는 따뜻하다.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가졌을 때도 한없이 우울해 보이던 이들의 얼굴에 비로소 온기가 돈다. 도란도란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의 모습을 돌아보며 쓸쓸하게 문을 여는 옆집 아저씨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혹시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더 이상 안 가져도 될 만큼 많은 것들을 가졌지만, 한없이 부족하고 허함을 느끼는 풍요속의 빈곤이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나를 돌아보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여유를 가질 때 내가 원하는 행복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삶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가구로 이야기를 나지막히 건넨다. 사람이 사는 공간이나 가구는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의 모습과 이야기를 많이 담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을 대변하기도 한다. ‘어떤 삶을 살고 계세요?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이 책의 저자 이수연 작가는 실내 건축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가구를 파는 영업사원으로 3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어느 날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영국에서 일러스트 공부를 하고 돌아와 현재까지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사 가는 날>, 그린 책으로 <바람에 날아간 호랑이>가 있다.

 

등장 인물들을 동물들로 형상화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더불어 사는 삶,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유아, 어린이들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그림도 자세히 보고 이야기도 풀어나가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