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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매미를 먹을까? 말까?

매미를 먹을까 말까?

 

 

o 서평대상 서지사항

7년 동안의 잠 / 박완서. - 어린이작가정신 . 2015. ISBN 9788972887683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영유아

 

이시영 (군포시중앙도서관)

 

박완서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작가다. 사십이 넘어서야 문단에 데뷔하여 우리시대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것도 놀라울뿐더러 옆집 아주머니 같은 푸근한 인상이 친근하기 때문이다. 동화로는 자전거 도둑등으로만 알고 있다가 이 책은 이번에 처음 발견했다. 7년 동안의 잠. 제목이 자못 진지하다.

 

첫장을 펼치니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커다랗고 둥그런 애벌레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 보고 있다. 어린 개미가 싱싱하고 큰 먹이를 찾아낸 것이다. 그림만 보아도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개미마을에 흉년이 계속되어 저녁이되면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마을에 있는 수많은 광은 하나둘 비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대로 내려오며 이룩하고, 늘리고, 가꾸고, 사랑해 온 마을을 버릴 마음은 없었다. 이런 걱정 속에 찾아낸 큰 먹이라 기쁜 마음에 어깨를 으쓱댔다. 어린 개미의 소식을 듣고 일개미들이 줄줄이 먹이를 보러 갔다. 새로운 기운을 얻은 개미들은 빠르고 힘찬 행진을 했다. 먹이는 살아있는지 열심히 꿈틀거리는게 보였지만 개미들은 워낙 수가 많아 큰 먹이는 금방 새카만 개미 덩어리가 되었다. 갑자기 늙은 개미가 물러가 있으라고 외친다. 왜요? 의젓함과 지혜가 있는 늙은 개미는 젊은 개미들이 존경하고 있어서 모두 물러났다. 늙은 개미가 먹이의 둘레를 한바퀴 둘러보고 그 먹이가 매미라는 것을 알아냈다. 개미들이 한여름 땀 흘려 일할 때 나무 그늘에서 노래나 부르는 팔자좋은 매미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매미에 대해 젊은 개미들이 이렇다 저렇다 떠들 때 늙은 매미가 알려준다. 매미는 한여름에 노래를 부르기 위해 어두운 땅속에서 오랫동안 기다린다고. 이번에 찾아낸 먹이 매미는 아마 7년은 된 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늙은 개미와 젊은 개미들의 논란이 시작된다. 7년이나 어둠과 외로움 속에서 재주를 갈고 닦은 매미를 옹호해주는 늙은 개미와 노래 따위를 부르기 위해 7년 아니라 10년을 했어도 대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절은 개미.

 

어느 쪽이 옳을까?

굶주렸던 개미들이 찾아낸 큰 먹이 매미는 이제 어떻게 될까?

 

그림은 황색과 검정색이 주를 이루지만 단조로운 조합이라서인지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개미들의 표정만 보아도 개미마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우리시대 대표작가의 그림책은 그의 철학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단조로울 것 같고 가벼워 보이는 박완서의 그림 동화책 속에서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찾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