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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여름날, 장대비를 맞으며 찾아간 엄마

여름날, 장대비를 맞으며 찾아간 엄마

 

 

 

 

o 엄마의 품. 박철 시, 김재홍 그림, 바우솔. 2015.

 

 

 

안성진사도서관 공정자

 

 

 그림책으로 박철 시에 김재홍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고무신을 신던 시절, 여름 장마철의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 철이는 피살이를 위하여 논으로 일하러 간 엄마에게 빵과 물을 갖다 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 엄마를 만날 생각에 기쁘지만 갑자기 하늘이 시커매지고 장대비를 쏟아지자 철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지, 엄마에게 갈지 고민하다 비를 맞으며 엄마에게 뛰어간다. 엄마는 집으로 가지 않은 철이의 등짝을 때리고 혼내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글을 통해 듬뿍 담겨있다. 엄마의 품이 넓고 따뜻했음을 회상하는 엄마의 품에는 세상 모든 따사로운 햇살이 다 담겨 있다라는 마지막 글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걸어다니지 않고 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이런 여름날 풍경이 생소할 할 것이다. 시골 농촌에 살았던 나는 초등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에 장대비가 맞았던 적이 있다. 그 때 장대비는 유난히 몸이 왜소했던 나에게 빗줄기가 굵어서 아프게 내리쳤었던 느낌이 있어서, 이 책 속 철이의 이야기가 읽으며 공감이 갔다.

 

 김재홍 작가는 이 책에서 여름날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끼고 장대같은 비가 내리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했다. 그림 속 배경만 아니라 철이와 엄마의 표정도 실감있게 그렸다. 흰 색 테두리를 두른 액자식 그림이 글과 함께 풍성한 이야기를 전한다. 2000년에 출간된 숲 속에서”, “동강의 아이들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풍경과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온 그림작가의 그림이 이 책에서도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시를 번역한 영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