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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아베히로시와 아사히야마동물원 이야기

아베히로시와 아사히야마동물원이야기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동물원 이야기 / 아베 히로시 글 ; 엄혜숙 옮김. - 돌베개. ISBN : 9788971996188 44300

 

대상 : 초등고학년(5~6학년)이상 / 분류 : 창작동화 /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송은희

 

 

우리에겐 폭풍우 치는 밤에그림책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아베히로시, 이 책은 60이 넘은 작가가 평범한 어린 시절, 청소년기를 거쳐 사육사로, 그림책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이 책은 아베 히로시의 이야기이지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랐던 모든 이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작가가 자란 곳은 산과 강, 여러 동물이 함께 하는 풍요로운 자연과 머지않은 곳에 번화함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했고 온 마을이 가족 같은 곳에서 여러 놀이에 열중하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중학생이 되어선 합창과 야구, 백인일수 카드놀이(일본전통놀이의 하나)에 열중하며 지냈다. 대학을 떨어지고 2년간의 대입 예비학교(재수,삼수) 시절, 최선을 다해 공부를 했지만 수학이 가망이 없어 결국 대학을 포기했다. 이후 외삼촌이 운영하는 철공소에서 2년 반을 일하게 되는데 힘든 철공소 일은 48kg의 마른 몸도 다부진 몸으로 변화시켰다. 그때 도서관을 다니며 조각, 판화, 크로키, 유화 등 다양한 미술서와 조각그림을 접했고 화집을 빌려 모사하며 공부했는데 이후 철공소를 나와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아베 히로시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랐다. 그저 막연히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 뿐.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작가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북쪽나라 동물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끌림을 느꼈고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아사히야마 동물원 사육사로 취직한다. 동물의 먹이를 손질하는 걸 시작으로 25년간의 사육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먹이를 주는 일, 똥을 치우는 일로부터 동물들의 생태를 배웠고 사육사 선배들과 어울리며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선배가 코끼리로부터 습격당해 죽고 나서야 자신의 직업이 죽음과 이웃하고 있는 직업임을 실감했고, 후배 사육사가 애정을 주고 키운 토끼가 야생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맹수들과 굶어 똥을 싸지 못하는 비단뱀에게 먹이가 되는 것은 그저 쓸데없는 죽음이 아님을 깨닫는다.

 

 

저자는 야사히마야 동물원에서 동물원이 필요로 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동물원 기관지에 실었던 그림, 지역신문에 연재한 그림과 글이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해 그림책 출판 의뢰가 늘어갔다. 점차 사육사화가를 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25년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사육사, 아베히로시는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사육사로 지낸 시간은 그가 좋은 그림책 작가가 되는 바탕이 되었다.

 

 

이 책은 동물원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 ‘하고 싶은 일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물론 시대는 바뀌었다. 작가가 살아 온 시대처럼 시간의 여유를 주지 않는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단지 뭐든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베히로시의 말처럼 흥미의 안테나를 켜고 무엇이든 흥미 있는 일을 찾다보면 어느 시대를 살건 언젠가는 그 안테나에 걸려드는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목표로 세우고 공부하는 사람은 드물다. 작가에게, 재수시절조차 비록 대입에는 실패했지만 공부하는 법을 알게 했고, 그저 친척이라 찾아간 철공소가 그림을 배우고 사육사로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준 것처럼, 주어진 모든 시간은 배움과 성장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현실에서 방황하는 일이 그리 오래진 않을 것이다. 이 책엔 사육사였기 때문에 묘사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고 작가를 성장 시킨 시간들이 잘 담겨 있다. 초등 고학년과 당연하게도, 무엇이 될지 몰라 하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