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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채소는 마트에서 사는거자나?

어린 도시농부 소피

 

어린 도시농부 소피 / 제르다 뮐러 글, 그림.  - 내인생의책. 2015

 

평택시 안중도서관 사서 이가영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그 프로그램의 배경은 강원도의 시골인데, 등장인물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하루 세 번씩 밥상을 차리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이다. 농사와 요리라는 아주 단순하고 일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 낸 것이 뭐 그리 특별할 것이 있나 싶지만,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는 특별하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가지고 요리를 해 먹는 사람은 시골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도시농부 소피는 특별하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소피는 방학을 맞이해서 할아버지 댁이 있는 시골로 내려간다. 할아버지 댁에서 계절마다 바뀌는 채소들을 직접 기르고 수확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밭의 변화와 농사지을 때 주의할 점, 작물마다 다른 재배법은 어린 도시농부 소피를 보는 독자로 하여금 나도 한번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샘솟게 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어린이들도 책에 나오는 도시농부 소피처럼 채소는 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채소의 재배법, 채소가 재배되는 모양, 뿌리를 먹는 것인지 꽃을 먹는 것인지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직접 길러볼 수도 있다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생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채소의 실제적인 모양이나 계절, 낮과 밤의 변화를 생생한 색감과 직관적인 그림체로 그려내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에 쉬울 듯하다.

우리 민족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해서 농사를 모든 일의 뿌리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농사가 만사의 기본이라는 것은 비단 우리 민족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인간은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하여 다종다양한 공산품들을 통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지만, 어린 도시농부 소피를 읽으면서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