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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나다운 게 행복한 거야!

나다운 게 행복한 거야!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슈퍼 거북 / 유설화 글, 그림 / 책읽는곰. 2014.

ISBN 9788993242980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7세 이상

 

 

한선영 (군포시중앙도서관)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뒷이야기로 만든 그림책 <슈퍼 거북>토끼를 이긴 거북으로 벼락스타가 된 거북이 꾸물이의 이야기이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경주하여 낮잠 자는 토끼를 이긴 거북 꾸물이는 느릿느릿의 상징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슈퍼 거북으로 불리며 빠름의 아이콘이 되었다. 느린 자신의 모습에 다른 동물들이 실망할까 봐 걱정되던 꾸물이는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로 마음먹고 방법을 연구하며 더욱 빨라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느덧 꾸물이는 진짜 슈퍼 거북이 되어 비행기, 기차만큼 빨라지지만, 몸과 마음은 너무나 지쳤다. 엄청나게 빠른 슈퍼거북이 되었지만, 너무 지쳐서 피곤이 한가득하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두 눈이 퀭하니 찌든 모습이다. 딱 하루만이라도 예전처럼 느긋하게 지내고 천천히 걷고 싶다고 소망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중 토끼가 찾아와 재경주를 신청하자, 꾸물이는 마지못해 경주에 나서기로 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에 잠도 못 이루던 꾸물이는 경주가 시작하자 바람처럼 달려 토끼를 제쳤고 안도감에선지 잠깐 쉬어간다는 것이 잠이 들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토끼가 결승점을 지난 뒤였다. 재경주의 승자인 토끼가 새로운 슈퍼 토끼가 되고, 꾸물이는 축 처진 어깨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서 아주 오랜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다.

느림보 거북이가 날쌘 토끼를 이기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빠른 거북이로 살아야 했던 꾸물이의 처지를 생각해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얼까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표지는 샛노란 바탕에 빠르게 살자는 머리띠를 매며 마음을 다잡는 꾸물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반짝이는 글자 <슈퍼 거북>이라는 서명이 왠지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고 싶은 의욕이 절로 생긴다.

표지를 넘기면 우리가 아는 이솝우화 속 <토끼와 거북이> 장면들이 그려져서 이솝우화를 모르는 어린이들이 읽더라도 무리가 없다.

뒤표지 안쪽으로는 재경주 후의 꾸물이의 삶이 그려져 느릿느릿 거북이로서의 꾸물이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웃음 띤 얼굴로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꾸물이의 모습이 읽는 이도 기분 좋게 만든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빠른 슈퍼 거북의 모습을 보여야 했던 꾸물이의 스트레스는 어땠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나의 본모습을 들킬까 봐 불안하고 사람들이 보는 시선에 맞추고자 진짜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더 노력해! ! ! !” 누군가 등 뒤에서 이렇게 말하며 지켜보는 느낌이 들것이다.

찬찬히 그림책을 넘기며 꾸물이의 표정을 살펴보니 슈퍼거북으로써의 꾸물이는 웃는 모습이 없다. 오직 이를 악물고 노력을 한다. 정상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꾸물이의 사소한 행복들은 사라져버렸다.

자고 일어나 아침에 거울을 보는 장면에서 두 눈은 충혈되고 다크서클이 입까지 내려온, 천 년은 늙어버린 듯한 꾸물이의 모습은 슈퍼 거북을 향한 훈련으로 힘든 몸도 이유겠지만 빨라져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은 아닐까?

 

토끼와의 재경주는 기존 <토끼와 거북이> 내용의 반대로 꾸물이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경주로 빠른 거북이 되어 슈퍼거북으로 살아야 했지만, 재경주를 통해 슈퍼거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슈퍼거북으로 주위의 부러움 속에 사는 것을 멋지지만 원래 꾸물이의 모습을 지키며 다시 느릿느릿 꾸물이로 산다는 것, 그것이 꾸물이가 바라는 행복이 아닐까? 마지막에 그려진 꾸물이의 모습은 그래 이게 꾸물이야! 이게 행복이지라고 생각하며 웃음짓게 한다.

 

<슈퍼 거북은> 2014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여름방학에 읽기 좋은 책,

2015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책둥이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던 책이라 벌써 많은 어린이가 읽어봤겠지만 다가오는 여름 방학 다시 한 번 읽어보며 나다움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