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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남을 도울 때마다 명줄이 늘어난다!

남을 도울 때마다 명줄이 늘어난다!

진접푸른숲도서관 사서 이현아

 

꼴까닥꼴까닥, 내 명줄 줄어든다! - 신니우 저 / 장경혜 그림

/ 낮은산 / 979-11-5525-030-3 / 9,500

 

분 야 : 동화책

추천대상 : 초등학생

 

어느 누구도 삶과 죽음앞에 의연하고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내 명줄이 달린 문제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지극히 개인주의자이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한 김노인이 요즘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리 나쁜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농경시대에는 아주 유별난 깍쟁이라 불리며 주변과의 왕래도 없이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이 뭐라던 조금도 개의치 않고 부지런히 농사일을 한 덕분에 김노인네 들판은 어느 논밭보다 기름지고 수확이 풍성하다. 어느날, 이웃 황노인의 상여를 보고 자신도 갑자기 죽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 김노인은 염라대왕을 만나 명줄을 늘리고 왔다는 낯선 이의 말을 듣고 자신도 염라대왕을 찾아가 명을 늘려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김노인의 명줄을 늘리기 위한 유쾌한 소동을 따라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전래동화에서 많이 보여지는 전형적인권선징악모티브를 사용하고 있다. 남을 구해주는 착한 일을 하면 명줄이 늘어나는 상을 받을 것이요,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명이 줄어드는 벌을 받게 된다. 혼자 사는 독단적인 삶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어울려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는 교훈을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묵채색화의 배경 그림과 꽃분이, 막둥이, 천석만석이 등 우리말의 정겹고 익살스러운 표현들을 적절히 사용하여 한국적인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첫 작품이라 그런지 소재와 표현의 신선함 또한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갑작스런 의문이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신의 명줄을 늘리고 싶을까, 아님 반대로 줄이고 싶을까? 동화 속 과거의 노인들은 농사일로 몸은 비록 고단하고 힘들지만 지금의 노인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농사와 혼례 등 집안의 큰일을 관장하고 젊은이들의 존경과 보살핌을 받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노인 빈곤률 OECD 1, 노인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통계치가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엄청난 속도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동화 속 김노인처럼 염라대왕을 찾아가 명줄을 늘리고 싶을 만큼 노인들이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젊은 세대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도 어김없이 노인이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