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동생을 서러워!!

동생은 서러워 !!

 

남양주시 오남도서관 사서 이은주

 

 

고작해야 364/ 황선미 성장동화/ 김수정 그림

/2015.2.10 /10,000/ISBN 978-89-93418-97-2

 

동화책/초등중학년이상

 

 

 

고작해야 364일 늦게 태어난 게 뭐가 잘못이라고!” 책 내용을 짐작케 하는 제목이다.

 

주인공 명조는 형 윤조보다 364일 늦게 태어난 동생이다. 명조는 새것을 별로 가져보지 못했다. 옷도 학용품도 하다못해 유모차에 딸랑이까지 윤조가 쓰던 걸 얻어 쓰는 신세였다. 겨우 364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아빠도 엄마도 할머니도 늘 형 윤조가 첫 번째다.

 

어느 날 할머니가 윤조의 운동화(명조가 평소에 신고 싶어 하던)만 사오자, 명조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운동화 한 짝을 집어 아파트 베란다 창 밖으로 떨어뜨린다. 홧김에 ''을 저지르고 난 후 후폭풍이 두려웠던 명조는 1층으로 내려가 찾아봤으나 운동화는 종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동생으로 태어나 억울한 심정을 아이의 솔직한 어조로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여, 황선미 작가의 전작 나쁜어린이표를 생각나게 한다. 또한 동생을 생각하는 윤조의 속 깊은 마음과 명조가 그런 형의 마음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결핍의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아버지와 아들의 입장에 대해, 개성을 존중받아야 할 아이들에 대해, 학원이나 성적으로 고달픈 아이들의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성장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을 바라본다. 때로 아프고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아이들이 가족과 친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이해해나가는 모습이 건강하고 든든하다.

 

작가는 조카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고, ‘날라리 보이스카우트라는 별명을 얻은 장본인은 바로 작가의 장남, 나쁜 어린이표의 주인공 이건우라고 말한다. 머리말에서도 밝혔듯 작가 언저리의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작가들의 시선은 그냥 봐 넘기는 게 없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언제든 기어이 작품에 써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엔 황선미 작가 특유의 현실감각이 그대로 들어있다. 세상은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 아이도 나름대로 아픔을 겪으며 그걸 통해서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는 얘기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또 있다. 아이의 몫이 있는 만큼 어른의 몫도 있다는 얘기다.

 

가족이 함께 읽고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