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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내 일기는 보여주지 않을래요

내 일기는 보여주지 않을래요

 

정영춘 부천시원미도서관 사서

 

 

 일기 몬스터 /김해등 글 ; 경하 그림 : 주니어김영사. 2015

 

 

오늘 하루는으로 시작했던 일기 쓰기는 학창시절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마지못해 써야만 했던 일이 잦아서 즐겁지 않은 일로 기억하고 있다. 방학동안 제일 난감한 것이 한꺼번에 휘몰아 쓰던 일기숙제가 아니었을까. 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하루는 동시 베껴쓰기, 신문기사 오려 붙이기, 또 어떤 날은 첫눈이 왔다고 날씨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던 에피소드는 풀어놓으면 한보따리다.

 

올해 1월 도서관에서 일기는 사소한 숙제가 아니다주제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의실에 빼곡하게 들어찬 학부모들을 보면서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일기쓰기 습관, 일기를 쓸 때 알아두면 좋은 점에 대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 일기가 결국엔 엄마들 숙제구나 생각했던 것은 비단 나뿐이었을까? 이 글을 쓰신 김해등 선생님은 일기쓰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했다.

 

동구네 반 아이들은 매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매주 한 번 일기 검사 후 선생님은 일기를 가장 잘 쓴 아이에게 살다 살다 칭찬을 해주시기 때문이다.모든 관심과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살다 살다 칭찬 주인공은 태우가 된다. 태우는 나는 오늘이란 표현을 한 번도 쓰지 않고도 길고양이를 구해 준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 썼단다. 반면 동구는 글씨도 삐뚤빼툴 엉망진창에 나는 오늘밖에 없는 일기로 선생님의 댓글만 잔뜩 달린 일기를 돌려받고 기운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동구는 일기만 쓰려면 지우개를 먹는 먹보 몬스터, 연필심을 부러뜨리는 이빨 몬스터, 소리를 지르는 악기 몬스터가 나타나 괴롭히기 때문이다. 뭐든 먹는 것처럼만 하라는 엄마의 불호령에 급기야 친구 태우에게 일기쓰기 과외를 받게 되고 . . .

 

작가님은 한때 글방에서 아이를 가르친 적이 있다고 한다. 매일 일기 검사를 하고 가르쳐주어도 실력이 늘지 않던 아이가 스스로 쓰고 싶을 때 하게끔 내버려뒀더니 오히려 더 잘해내는 경험을 했단다.

 

살다 살다 칭찬을 한 번만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데 잘하지 못해서 웅크려드는 마음, 일기 몬스터 때문에 괴로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어른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너나 나나 하루하루 똑같은 일뿐이잖아. 학교, , 학원, 학교, , 학원...그렇다고 일기에다 똑같은 일만 쓸 수도 없잖아. 난 뭐든 잘하는 애로 소문났으니까 일기까지 잘 쓴다는 칭찬이 듣고 싶었단 말이야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아이의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비밀스런 공간 하나쯤은 허락하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일기쓰기가 가능하다고, 그것이 너를 멋지게 성장시킬 거라고 가르쳐 주고 싶다.

 

일기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아이와 일기쓰기 비법이 있다고 믿는 어른들이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