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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야스쿠니 신사의 비밀 / 김대호 / 아카넷 주니어 )

 

 

푸름 도서관을 주축으로 뭉친 어린이 탐정단이 역사 미스터리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역사추리 동화이다. 어느 날 이들 앞으로 ‘wednesday 1004’라는 아이디로부터 의문의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메일에는 어떻게 해야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탐정 추리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다소 심각한 주제의 역사물에 흥미를 더한 방식이 탐정 추리물이 많지 않은 우리 동화의 현실에 비추어 보아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할만 하다.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 저자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아직 어린이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야스쿠니 신사를 통해 가미카제 특공대나 위안부 문제등 쉽지 않은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가로 질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현재 야스쿠니 신사에는 21천 명 정도의 한국인이 합사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 왕실의 조상이나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들, 전쟁에 나갔다가 죽은 사람들을 기념하는 장소임에도 전쟁터에서 사망한 한국인들을 가족들에게 조차 알리지 않은 채 합사하였고 심지어는 살아 있는 사람들도 합사하였다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구십 살 된 김회종 할아버지가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였지만 모두 패소하게 되는데 일본정부의 손을 들어준 재판의 논리는 무엇일까?

탐정단은 어린들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야스쿠니 신사의 비밀을 풀어가는 동안 현충원과 야스쿠니는 뭐가 다른 지? ’ ‘ 한국인 가미카제 특공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 등의 쉽지 않은 문제들의 답을 찾아 간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을 접하며 역사적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역사동화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조지오웰의 표현을 빌리자면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하며 그 과거를 통해 결국 미래까지 지배한다고 한다. 왜 역사교과서 문제가 그토록 중요한 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또한 결국은 역사적 통찰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에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 백승종은 역사교과서가 과잉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필연적 과제로 잘못 인식하게 하거나 반강제적 국민통합의 수단으로 기능하기 보다 시민의 역사적 통찰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동화가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을 찾고 있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동화속 아이들을 보면서 배우게 된다.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이 아픔을 외면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나가야 함을 말이다.

 

(평택시립도서관 유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