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5 14:59

북한의 도서관

지난 8월 4일 파주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과 같은 달 20일 서부전선 포격사건으로 남과 북이 극한 대립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 판문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양측의 고위급 회담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사태의 전말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만 부디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평화로운 사태해결을 기대하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호 특집으로 북한의 도서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북한이라는 사회가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실상은 아마도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입니다. 또 그나마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용들도 그 진위 여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도서관에 대한 부분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도서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항일무장투쟁 시기에도 ‘행군도서관’을 만들어 항일유격대원들이 책읽기를 생활화하였으며, 1946년에는 ‘민족문화와 과학 및 예술을 발전시키며 도서관을 수를 늘리도록 하라“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한해 동안에만 무려 700개의 도서관이 설립되었고 합니다. 1992년 북한 방송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도, 시, 군 소재지들과 공장, 기업소, 과학연구기관, 각 급 학교 및 농촌 등에 1만 5천여 개의 도서관, 도서실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 도서관, 도서실에서는 컴퓨터, VTR, 환등기, VCR 등 현대적인 설비들과 도서들을 구비, 대상별, 직업별 특성에 맞게 과학강의, 새기술강의, 이동강의, 현장강의 등 여러 가지 독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도서관을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의 국립중앙도서관격인 “인민대학습당”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수도 평양의 한 복판에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 주체사상탑과 마주한 인민대학습당은 연건평 10만㎡, 건축면적 23,000㎡의 거대한 건물로 학이 날개를 펼치고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만든 거대한 건물입니다. 1982년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건물은 3,000만권의 장서를 소장할 수 있고 6,000여개의 좌석과 800여석 규모의 강의실, 시청각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은 인민대학습당을 ‘사회교양중심기지’리고 표현하면서 북한 전역의 도서관 운영을 지도할 뿐 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외국어, 컴퓨터 활용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이며 800명의 사서와 200명의 강사가 근무한다고 합니다.


△ 인민대학습당 전경(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자도서관에 관심도 높아 “전자도서관을 통해 ‘나라의 컴퓨터화’를 실현하자”라는 구호 아래 각 지역과 기관에서 전자도서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06년 김책공업대학에 처음으로 전자도서관이 만들어진 이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방문하여 “전자도서관은 나라의 귀중한 재부”라고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자강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평안북도 등에도 전자도서관이 들어섰고, 각 전자도서관을 연계하여 자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3년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북한의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한 것이 있는데 그때 나온 사진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활용하여 자료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남측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과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를 중심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도서관 현대화 사업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김일성종합대학 도서관 전산화를 지원하기도 하였습니다. 애초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소장한 희귀 자료를 이용하고 학술, 연구, 세미나 등 대북 학술 교류의 창구로서의 역할도 기대했다고 하나 거기까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 인민대학습당 내부 모습(출처: 연합뉴스)


15년 이상 된 도서관 사서로서 훌륭한 업적이 있는 사서에게는 공훈사서와 인민사서의 칭호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사서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최고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일성 대학에도 도서관학과가 설치되어 체계적으로 사서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만 놓고 본다면 북한은 도서관 천국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실상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지난 2013년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8주년을 기념하여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는데 그때 주제가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한반도 문화통일”이었습니다. 1990년대 독일의 정치적 통일 이후 도서관의 변화와 북한 도서관의 모습,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때 발표자로 나온 탈북장애인보호협회 김선회 사무국장은 이렇게 대외적으로 알려진 통계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항일무장투쟁 시 영하 40도가 넘는 혹한 속에서 책을 읽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우며, 70년대까지만 해도 도서관이 거의 없었으며, 주민들은 대부분 도서관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80년대 이후 도서실이 하나둘씩 생겨나긴 했으나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책의 대부분은 김일성 혁명 역사에 관한 서적들로 채워져 있어 정상적으로 도서관으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여건과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렸는데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는 북한 전문도서관이 있어 알려드립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 5층에 가면 통일·북한 전문도서관인 북한자료센터가 있습니다. 1988년 7.7선언 이후 통일에 관한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전까지 엄격히 제한해 오던 북한 자료들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입니다. 직접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서도 많은 자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 북한자료센터 홈페이지(http://unibook.unikorea.go.kr)


<참고자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도서관’을 재조명한다 (http://blog.unikorea.go.kr/5182)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68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자료집(2013)

[북한자료센터] http://unibook.unikorea.go.kr/

[북한정보포탈] http://nkinfo.unikorea.go.kr/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http://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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