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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야 놀자!

이 달의 콘텐츠 : 경기도 한국전쟁 실향민 이야기

이번 달부터 새로운 코너가 생겼습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여러분에게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희 사이트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나 그냥 지나치고 그 진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한 특별 맞춤서비스입니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올 초에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이 구술채록을 기반으로 테마콘텐츠로 구축한
<경기도민이야기 1> “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온 경기도민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http://theme.library.kr/korean-war/ 사이트를 통해 전체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65주년입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도 한국전쟁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휴먼라이브러리 & 북콘서트] 행사를 기획했는데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의 확산방지를 위해 아쉽게 취소하였습니다. 비록 행사를 치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지난 과거 역사의 사건들 속에는 미쳐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1950년대에 일어난 한국전쟁은 한국에 사는 모든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삶의 터전이 바뀌었으며, 많은 도시들이 폐허가 되고 서로에게 총을 겨누며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 당시엔 누구나 생과 사를 넘나들면서 그 과정을 온몸으로 부딪쳐야만 했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지금 소개할 박순옥 할머니도 한 개인으로 그 시절을 통과해 살아오셨답니다.

" 파도는 나가기만 하는 거 아니야
  들어오면 또 그렇게 살면 되는 거야. 너나 내나 다 운세지
  어떻게 다 틀어막니? 나갈 운세에는 주저 없이 내보내.
  나갈 운세니까. 내가 어떻게 막니? 세상.
  그리고 조금만 더 참고 극복해 가.
  그럼 살길이 돌아온다. 살던 놈은 또 산다. 걱정하지마."

지금 만나뵈면 정말 그런 시절을 지내셨을까 할 정도로 정정하시고 하얗고 맑은 피부를 가지고 계신 박순옥 할머니는 올해 85세이십니다.
철원에서 태어나 부자집딸로 남부럽지 않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해방 후 6.25가 발발하고 피난길에 오르고 경기도에서 정착해 살아왔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세상은 험악해져갔습니다.

“오빠, 엄마, 나 다 붙잡혀 갔지. 빨갱이한테 붙잡혀 갔지. 지주라고.
  남편은 똥통에 숨어서 간신히 모면했어. 빨갱이들이 후퇴를 하면서 우리를 붙잡아갔는데,
  오빠만 붙잡고 우리를 내주더라. 오빠를 고문하는데. 말도 못해…….
  눈이 펄펄 쏟아지는데 오빠를 발가벗겨놓고 고문을 하는 거야. 동생이 그걸 어떡해봐.
  이 얘기를 어디다 다해…….(울음) 같은 조선 사람끼리 서로 의지해 사는 거지.
  이럴 수 있냐고. 그냥 막 들이대니까 민청 남자들이 붙잡아. 그래서 ‘이 개새끼들. 너희들이
  뭔데 나를 붙잡아. 어째 사람들이 죄 없는 줄 뻔히 알면서 잡아다가 이 따위 짓거리를 하냐!’
  오빠가 그 고문을 당하고, 며칠 있다가 또 붙잡혀 가서 행방불명으로 죽은 거예요.”

그 과정을 겪고 난 후, 남으로 피난을 해야만 했죠.

“ 사람들이 (연탄 때문에) 눈만 빤질빤질, 모두 새까매.
  (피난민들의 몰골이) 짐승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미군들이 와서 ‘쏼라쏼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렇게 가다 서다, 가다 서다 사흘을 가는데. 배가 고파 죽겠는 거야.
  피난 나올 때 이만큼 큰 통에 밥을 해 가지고 나갔는데.
  시할머니가, 아휴……. 내 식구가 최고지.
  글쎄 ‘아무개 아버지 이리 오소!’ 하면서 동네사람들을 먹이고 여자가 먹으면 뭐해 하고
  나를 못 먹게 하더라고. 고모는 뒤에서 손만 넣어서 주먹으로 퍼서 잡수시던데.
  나는 손 넣고는 못 먹겠소. 체면 가리다 보니 나만 굶은 거야.
  세상에. 한 끼 건너, 두 끼 건너, 세 끼 건너 다 죽게 생겼네.”

어렵게 수원으로 내려와 정착을 했고 시댁에서 운영하는 한약방에서 일하면서 대식구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살림을 불렸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들을 공공연하게 만나러 다니는 그런 세월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는 한약방이 예전에 비해 잘 운영되지는 않지만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 없을 때는 공부하고, 있을 때는 보시하라고 했어.
  지금 공부해야 돼. 아버지 있을 적에 고통 안 받고 호강스럽게 살다가,
  어떻게 그렇게만 사니? 없을 적에 공부해야지.
  파도는 나가기만 하는 거 아니야. 들어오면 알게 되는 거야.
  돌부리 직접 차 본 사람이랑 알기만 하는 사람은 달라.
  사람이 살다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좋은 적도 있고 나쁜 적도 있지.
  어떻게 좋을 때만 있게 사냐.
  그 공간을 잘 메꿔서 살아놓으면 다 살길이 돌아온다. 걱정하지 마라.”


박순옥할머니의 육성을 듣고 싶다면 다음 사이트를 연결해보세요. 

https://youtu.be/X5-KLqvzGec


사실 평범해 보이는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그 이야기 속에는 참 많은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역사를 기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람이 희망입니다.

글쓴이. 신정아(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