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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도서관

박쥐가 지키는 도서관, "마프라궁전도서관"

(2) 박쥐가 지키는 도서관 마프라.큄브라

박쥐는 야행성 동물이며, 대부분의 박쥐는 초식성이다. 서양의 드라큘라의 분신으로 나오는 박쥐 처럼 피를 빨아 먹는 흡혈박쥐는 전체 박쥐 중 0.4%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 박쥐들은 나방과 모기만을 먹는다고 하니 박쥐를 흡혈귀이니 악마이니 하는 것은 서양의 영향이 크다. 서양에서는 주로 박쥐를 악마의 대명사로 많이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박쥐들은 곤충을 잡아먹거나, 과일, 작은 어류 등을 먹는데, 전체 박쥐의 약 90% 정도가 나방, 모기 등의 해충을 잡아먹는다고 하니,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인 셈이다. 기록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애기박쥐과의 박쥐 한 마리가 하룻밤에 약 6,000 마리의 모기를 잡아먹었다고도 한다.

또한, 전체 박쥐의 10% 정도는 과일의 꿀과 열매를 먹음으로써 꽃의 수정을 도와주기도 한다. 인류에게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큰 도움을 주는 동물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쥐가 도서관에 도움이 되는 동물이며, 또한 도서관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박쥐가 도서관의 책들을 지켜준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할까?

실제로 포루투갈에 있는 몇몇의 도서관들에서 박쥐를 활용하여 도서관장서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례가 문헌과 언론매체 등에 공개된 일이 있다.

어린 박쥐들이 책벌레를 좋아하여 책벌레를 잡아먹음으로써 도서관의 책들, 특히 고서들을 보호하게 해준다고 한다. 포르투갈의 마프라와 큄브라에 있는 박쥐도서관들이 대표적이다.

    마프라 궁전도서관
고풍스런 건물이 많은 포르투갈의 도시, 마프라. 마프라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인구 4만6천명이 살고 있는 도시이다.


 

대부분의 포르투갈 건물들이 작은 편이어서 그러하겠지만, 마프라에 도착하면 유난히 큼직한 건물 하나가 눈에 띄는데, 바로 마프라 궁전에 있는 마프라 궁전 도서관이다.


마프라 궁전 도서관은 173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포르투갈인들에게는 왕의 궁전만큼이나 가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고 하며, 특히 박쥐 도서관이라는 특이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 도서관의 장서는 대부분 역대 왕들의 지시를 받아 만든 책들로서,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건들을 묶어놓은 책들이라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굉장히 오래된 고서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는데, 도서관 사서의 말에 따르면 "주로 17세기에 만들어진 책들이 많으며, 가장 오래된 책은 15세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500년 전의 책" 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도서관의 책들은 1700년대의 책들이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을만큼 귀퉁이 하나 찢어지지 않고 깨끗하게 남아있다. 책을 보관하는데 있어 숨겨진 비밀이라도 있는것일까?

도서관 사서에 의하면 이 도서관의 책들이 깨끗하게 보존되어진 이유는 여기 사는 박쥐들 덕분이라고 한다. 박쥐들이 책을 상하게 만드는 책벌레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책은 책벌레의 공격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도서관에서 박쥐들을 눈으로 직접 보기는 어렵다 박쥐들은 낮에는 도서관 곳곳에 숨어있다가 어두워지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마프라 궁전 도서관 박쥐들은 건물이 너무 오래되어 자연스레 건물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이란다. 박쥐들은 주로 서가상의 많은 책들 뒤편 사이사이에 숨어 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때때로 낮에도 책을 꺼내다가 박쥐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프라 궁전 도서관의 500년이 넘는 고서들이 이토록 깨끗하게 잘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박쥐들,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는 포르투갈 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큄브라의 대학도서관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호학자이며, 소설 <장미의 이름> 으로 소설가로도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 제라벡이 에 기고한 글에는, 에코가 포르투갈의 큄브라 지방의 한 대학도서관을 방문하면서 겪은 아주 기묘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에코가 포르투갈의 큄브라 지방의 한 대학도서관을 방문하여, 도서관을 구경하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에코는 도서관의 모든 테이블들이 녹색의 펠트로 당구대처럼 덮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펠트 - 양털이나 그 밖의 동물성 섬유를 이용하여 시트모양으로 만든것을 말한다.)

의아하게 생각한 에코가 이것에 대해 묻자, 사서는 "오래된 나무 테이블을 박쥐의 배설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니, 박쥐를 잡으면 될 것이지, 왜 도서관에 박쥐들이 활개치도록 놔두는 것일까?' 하고 그는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의 설명을 듣고서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가 말하길 "박쥐가 오랫동안 장서에 피해를 주어 왔던 책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설명했던 것이다. 게다가, 박쥐들은 낮 동안 잠을 자게 되므로 이용자들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코는 이러한 박쥐를 활용(?)한 장서관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박쥐의 배설물들로부터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녹색 펠트로 덮어야 하고, 박쥐가 지나간 뒤에 청소를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는 박쥐와 사서가 만족스러운 합의를 이룬 것에 비한다면(장서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값을 싸게 치르는 셈이다."

이 일을 겪은 후, 에코는 박쥐에 대해 가졌었던 그동안의 잘못된 인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하고 감동을 받은 에코는 밀라노로 돌아와 그 자신의 방대한 장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든 박쥐를 잡으려고 하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박쥐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무척이나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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