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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도서관

노르웨이 오슬로, 공공도서관 그 이상의 도서관을 짓다

지난 828일부터 94일까지 79일 일정으로 선진국 우수도서관 운영기법 및 시설 벤치마킹을 위해 “2014 경기도 도서관정책 국외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내 시·군 공공도서관 직원들이 참여하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3개국 7개 도서관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이들 방문국의 도서관 가운데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도서관, 그 이상의 도서관을 짓다

 

북극의 빙산을 형상화한 노르웨이 오슬로의 오페라 하우스는 이미 지역의 명소가 되어 공연이 없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노르웨이의 건국가 스노헤타가 만든 이 아름다운 건물은 9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하는데 지붕까지 완만한 경사를 따라 올라갈 수 있어 일광욕과 피스닉 장소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 바로뒤 내륙쪽으로 오슬로 중앙역 사이에는 한참 터파기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새로운 오슬로 시립도서관이 새워질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 일대를 북유럽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오슬로 신도시 개발 정책인 피요르드 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서관 말고도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의 뮤지엄과 학생 기숙사 건물, 상업건물들이 들어서게 되는데 건물들이 하나같이 디자인의 강한 나라이니 만큼 현대적이면서도 이곳 환경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도서관 설립을 앞두고 도서관 건물의 공간 구성과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느라 오슬로 시립도서관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도서관은 오슬로 중앙역과 바로 인접하여 오페라 하우스 등 다른 건물과 연결하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그 기능을 살려 1층을 도서관에 들어오고 나가는 닫혀 있는 공간이 아닌 자연스럽게 지나다니는 통로의 개념을 적용하였다. 또 건물 자체를 지하 1층에서도 지상 4층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관통하도록 설계하여 마치 도서관보다는 잘 만들어진 백화점 쇼핑센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하였다. 햇빛이 바닥까지 통하도록 설계한 것은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만아니라 난방효과까지 고려한 친환경적인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새로운 도서관의 중점을 책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통적으로 도서관은 책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이 1차적 과제이고 모아진 책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였다. 책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서가 공간을 한쪽으로 몰아 반듯하고 질서 정연하게 구성하는 것이 도서관 공간 구성의 정석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곳은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그 사람들을 위해 책을 배치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외쪽에 보이는 전통적인 구성 방식에서 오른쪽과 같이 책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 질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연출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도서관 지역사회의 접착제가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직원들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항상 새로운 영감을 부여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창조적 생각과 결과물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도서관에 대한 철학이나 공간 구성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다





<새로운 오슬로 시립도서관의 공간 개념도>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건 도서관 운영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직원과 외부 전문가그리고 도서관 이용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서로 토의와 논쟁을 거쳐 해답을 만들어 간다는 것그리고그렇게 만들어진 방침을 실재 건축물의 공간 구성에 직접 반영함으로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로 동떨어진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구현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도서관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더라도 이렇게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나가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절대적인 수치면에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기는 이르지만 지금의 증가 속도와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고려할 때 결코 열악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종이책이 숟가락이나 젓가락과 같이 앞으로 더 이상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완성된 형태의 매체라고 하는 것과 같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도서관들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것 들을 재 편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 지금의 도서관과 또 다른, 새로운 도서관 모형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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