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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방학은 방.학.답.게.

방학은 방. . .

 

방학탐구생활 /김선정 : 문학동네 (초등학생 고학년)

 

 

방학을 이야기 할 때 제 짝처럼 입에 찰싹 달라붙는 말 .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

방학 전엔 연례행사처럼 생활 계획표를 만들면서 알찬 방학을 야무지게 꿈꾸지만 그저 정신없이 휘몰아쳐 놀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보면 개학이 코앞이라 일기쓰기, 그리기, 만들기 등 온갖 잡다한 숙제를 팔목이 떨어져 나가라 해치웠던 기억이 난다.

해골바가지가 그려진 티셔츠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배의 갑판에 올라서서 채찍을 두르고 있는 아이와 입을 한껏 벌리고 노려보는 구렁이 그림의 책 표지가 예사롭지 않다.

어마어마한 일이라도 벌이려는 걸까 절로 호기심이 생긴다.

 

주인공 석이는 엄마가 없다. 만두 가게를 하는 아빠와 애어른처럼 눈치가 빠른 동생과 산다.

석이는 방학을 앞두고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거창한 방학 계획을 발표하고 기어코 해보이겠다 고집을 부리며 아빠와 협상에 나선다.

그 계획이란 것이 방학하고 삼 일은 맘대로 하기. 돈 벌기. 무인도에서 모험하기. 무인도 탐험으로 유명해진 후 돈 벌고, 스타도 만나고 사인도 받고, 더 유명해지면 자전거 전국일주, 조리사 자격 따기, 일단 이 정도 하고 더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계획하기로 아빠 눈에는 영 요상해서 기가 차고.

방학특강이냐 모험이냐를 놓고 한창 실랑이를 벌일 때 석이의 지원군 등장. 그간의 골칫거리였던 걱정을 말끔하게 해결해 주고 드디어 석이의 모험은 시작되는데.

 

이 책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매력만점의 등장인물들에 있다.

시시콜콜 일러바치기 좋아하는 고자질쟁이지만 형의 모험에 빠질 수 없는 동생 호, 연애인 팬클럽 활동에 제대로 꽂혀있는 동네 김 작가, 환상적인 칠금도 여행지를 소개해 준 날라리 같은 만두가게 한수형, 인정 많고 푸근한 한수형 할머니, 쉬는 법도 없이 만두가게 일에 바쁜 그러나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걱정 많은 보통의 아버지 등 개성있는 인물들이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방학이라면 무조건 공부와 한 판 대결을 벌이길 원하는 어른들과 방학을 방학답게 놀며 제대로 보내고 싶은 아이의 구도를 맞춰가며 보아도 재미있고, 어느새 풍경이 되어버린 유년의 방학을 추억하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아도 좋다.

어찌되었거나 아이들끼리 적극적으로 그때 그때 상황에 맞서는 모양새는 12일이란 오락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좌충우돌 정신없이 펼쳐지는 칠금도에서의 아이들의 모험은 너무 많은 것을 염두에 둔 탓에 오히려 작은 실수도 허용치 않는 어른들의 망설임과 두려움을 선명하게 드러내주고야 만다.

 

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주고 싶은 어른이라면 석이의 허무맹랑하지만 용감한 방학탐구생활을 일독하시라. 그래 아이들에게 자연스런 실수를 허락해주고 우리의 아이들이 더 담대해지도록 격려해보자.

방학이 남은 아이들아. 지금이라도 엉뚱하고 신 나는 모험을 꿈꿔보자.

칠금도는 어쩌면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영춘 (부천 원미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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